[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이용찬(29·두산)이 2003일 만에 KBO리그 선발 등판한다. 2012년 10월 3일 대구 삼성전 이후 처음이다. 선발투수 이용찬, 기억도 어렴풋이 날 것 같은 과거다. 그러나 현재이기도 하다.
이용찬은 구원 전문 투수다. 3년차인 2009년 26세이브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신인상도 수상했다. 이듬해에는 25세이브로 이 부문 2위였다. 1위 손승락(당시 넥센)과는 1개 차이였다.
검증된 선발투수이기도 하다. 2011년과 2012년, 선발투수로 47차례 마운드에 올랐다. 2012년에는 두 자릿수 승리(10)와 3점대 평균자책점(3.00)을 기록했다. 그 해 평균자책점 7위였다.
↑ 두산 이용찬은 29일 잠실 롯데전에 선발 등판한다. 2003일 만이다. 사진=김재현 기자 |
2013년 2월 오른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 후 활동 범위는 불펜으로 좁혀졌다. 126경기에 구원 등판했다. 2017년에는 22세이브로 7년 만에 20세이브를 달성했다. 하지만 두산은 뒷문지기가 이용찬에서 김강률로 교체됐다.
지난겨울 두산 불펜은 보수공사를 했다. 정재훈, 김성배가 이탈했다. 젊은 선수 위주로 재편됐다. 이용찬의 보직도 ‘5선발’로 바뀌었다. 6년 만에 변신이다.
고민은 없었다. “선발투수로 시즌을 준비하라”는 김태형 감독의 말에 이용찬은 대답은 “네”였다. 이용찬은 “내가 스스로 보직을 결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선발투수를 해봤기 때문에 바로 답할 수 있었다. 거부감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마무리투수로 시작했기 때문에 100세이브(-10)에 대한 애착도 있다. 그런데 다르게 보면, 내가 마무리투수로 감독님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던 거다. 인정한다. 이제는 선발투수로서 잘 해나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언젠가 다시 선발투수로 뛸 수 있다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 이제는 매번 힘으로 타자를 윽박지를 수 있지도 않다.
이용찬은 “불펜에서 뛸 때도 훗날 보직 변경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연령이 올라갈수록 힘이 떨어진다. 예전 같은 구속도 나오지 않는다. (구속보다는)제구에 초점을 둬야 할 때다”라고 이야기했다.
준비는 열심히 했다. 아프지도 없다. 이용찬은 예정대로 29일 잠실 롯데전에 선발 등판한다. 김 감독은 “선발투수가 맞고 안 맞고를 떠나 부상자 없이 기본 로테이션이 잘 운용되고 있다”라며 했다.
이용찬이 이제 보여줘야 할 차례다. 3연승을 달린 두산은 공동 선두다. 기세를 이어가야 한다. 그는 “준비를 잘 했지만 해봐야 알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잘 하면 될 것 같다. 감독님께서도 나에게 (장)원준이형이나 (유)희관이형 같이 바라지는 않으실 것이다. 5선발로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완주하는 게 목표다”라고 전했다.
↑ 두산 이용찬은 2003일 만에 선발 등판 경기에서 어떤 투구를 펼칠까. 사진=옥영화 기자 |
걱정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2012년 세 차례 완투도 했지만 최근에는 주로 짧은 이닝을 소화했다. 지난해 1경기 최다 이닝 기록은 3이닝이었다.
이용찬은 “최근 몇 년간 짧게 이닝을 던졌다. 이제부터 긴 이닝을 던져야 하는데 조금 걱정은 된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몸과 머리는 선발투수 이용찬을 기억하고 있다. 그는 스프링캠프를 마친 뒤 1번의 시범경기와 1번의 연습경기를 가졌다. 각각 4이닝과 5이닝을 소화했다.
이용찬은 새 시즌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다. 정하기 어려웠다. 오랜만에 선발투수를 맡게 돼 ‘어느 정도’를 하겠다고 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는 “구원투수라면 구체적으로 성적을 밝히겠지만 선발투수라 감이 잘 안 온다.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잘 하고 싶다. 등판 경기마다 좋든 안 좋든 6이닝 정도 책임지면 되지 않을까. (5선발로서)그렇게
이용찬은 1989년 1월생이다. 한국나이로 서른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그는 야구인생의 새로운 장을 연다. 그에게도 의미 있는 첫 걸음이다. 선발투수 이용찬의 경쟁력을 6년 만에 다시 볼 때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