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10일 대구 경기는 두산과 삼성의 싸움 같지 않았다. 포수 양의지와 정종수 심판의 대결 구도로 보였다.
양의지는 7회초를 마친 후 바뀐 투수 곽빈의 연습 투구를 포구하지 않았다. 낮은 공을 잡기 어렵다는 듯 몸을 우측으로 움직여 피했다. 양의지 뒤에 있던 정 심판은 깜짝 놀랐다.
불상사는 없었다. 공은 심판의 다리 사이로 지나갔다. 양의지는 일부러 공을 흘린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오해할 여지가 다분하다. 혹자는 고의적인 행동으로 볼 수 있다.
↑ 두산 베어스 포수 양의지. 사진=김재현 기자 |
두 사람은 앞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7회초 공격에서 양의지는 정 심판의 아웃코스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며 불만을 표출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곧바로 양의지를 1루 더그아웃으로 불러 질책했다. 똑바로 하라는 지적이었다. 이를 바라보는 정 심판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양의지는 경기 끝까지 포수 마스크를 썼다. 이후 양의지가 포구하지 못한 공은 없었다. 그 공 하나였다.
양의지의 행동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최근 프로야구는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을 두고 예민한 상황이다. 선수단과 심판은 날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유감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두산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오재원이 스트리아크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한 게 지난 3일 잠실 LG전이었다. 오재원은 두산 주장이다. 오재원은 ‘해선 안 될’ 질의를 했다고 퇴장 명령을 받았으나 보복 행위를 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올바른’ 행동은 아니다. 만약 정 심판이 공을 맞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 경기를 현장에서 중계한 이순철 SBS 해설위원도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라고 지적했다.
두산은 김 감독의 질타로 불씨를 키우지 않았다. 슬기롭게 대처했을지 몰라도 사후 징계까지 피할 수는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양의지에 대해 상벌위원회 회부 여부를 논의 중이다.
경기 후 심판 및 경기감독관은 KBO에 보고서를 제출한다. 이번 양의지의 행동을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 심판도 “자칫 다칠 수 있었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현은 2013년 6월 12일 부산 롯데전에서 4회말 강판하면서 공을 상대편 더그아웃 쪽으로 공을 던졌다. 당시 KBO는 김병현이 심판을 향해 던진 것이라고 여겨, 상벌위원회
상벌위원회는 “심판을 맞힐 의도가 있었는지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으나 스포츠정신을 위배한 행위로 보고 제재금 200만원을 부과했다.
상벌위원회가 소집돼 양의지가 심판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면 출전정지 등 징계를 할 수 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