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부산) 안준철 기자] 한화 이글스 내야수 정은원(18)이 안타, 홈런, 도루를 할 때마다 KBO리그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다. 2000년 1월17일생이기 때문에 ‘첫 2000년대 생’이라는 타이틀이 붙기 때문이다.
정은원은 한화의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올 시즌을 앞두고 정은원의 맹활약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정은원은 올해 인천고를 졸업하고 신인 2차 3라운드(전체 24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새내기다.
정은원이 처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야구팬들에게 알린 때는 지난달 8일 고척 넥센 히어로즈전이었다. 당시 그는 상대 마무리 조상우를 상대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하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당시 정은원이 쏘아올린 투런 홈런은 개인 생애 첫 홈런이자 KBO리그에서 2000년대생이 때린 첫 홈런으로 기록됐다.
![]() |
↑ 한화 정은원이 2일 사직 롯데전에 앞서 MK스포츠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부산)=안준철 기자 |
정은원은 전형적인 베이징키드다. 그는 “2007년 두산과 SK의 한국시리즈를 인천 문학구장에서 봤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을 보고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다”며 “지난주 SK와 인천에서 원정경기를 할 때는 감회가 새로웠다. 관중석에서만 보다가 그라운드에서 플레이를 하니 꿈을 이룬 듯 했다”고 덧붙였다.
선배들도 정은원의 1군 적응을 위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정은원은 “아무래도 키스톤 콤비로 호흡을 맞추는 하주석 선배가 많은 얘기를 해준다. 아직까지 경기 흐름을 읽는 게 서투른데 옆에서 잘 잡아준다”고 말했다.
정은원은 신인 지명 당시 수비에서 더 높은 평을 받았다. 그는 “고등학교때부터 수비에 더 신경을 썼다. 투수들에게 수비로 많은 부분을 해주고 싶었고, 연습을 많이 한 결과 고3때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다만 타격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은원은 “지난 겨울 힘도 많이 붙고, 빠른 공 대처는 이제 잘되는 것 같은데, 아직까지 변화구에 스윙이 머뭇거릴 때가 많다. 변화구가 눈에 많이 익숙해졌는데, 몸이 반응하지 않는 부분은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원에게 올해 목표를 묻자 그는 “사실 1군에 올라올 것이라 생각하지 못해서, 목표를 따로 세우지 못했다. 야구가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고,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사실 몸과 마음이 모두 내려가는 중이다”라고 슬쩍 걱정스럽게 말했다. 페이스가 떨어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정은원은 이날 선발 7번 2루수로 출전해 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3-2 승리에 1등공신이 됐다. 2-2로 맞선 9회초 3루에 있던 백창수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결승타의 주인공이 바로 정은원이었다.
특히 주루에서 빛을 발했다. 3회초 롯데 선발 듀브론트를 상대로 안타를 치고 나간 후 2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정은원이 뛰는 것을 안 듀브론트가 1루 견제구를 던지면서 견제사를 당하는 듯 했으나 빠른 발로 2루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정은원의 시즌 첫 도루였다. 2000년대생 첫 도루이기도 했다.
이후 이용규의 안타에 3루까지 안착한 정은원은 이날 최고의 명장면을 만들었다. 이용규와 더블 스틸을 시도한 정은원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홈에 안착하며 1-1 동점을 만들었다. 발로 만든 귀중한 득점이었고, 경기 흐름이 한화 쪽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