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이상철 기자] 20년 만에 월드컵 승리를 거둔 이란, 실리축구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한국에게도 좋은 공부가 됐다.
이란은 16일 오전(한국시간) 모로코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B조 1차전서 1-0으로 승리했다. 후반 50분 부하두즈의 자책골이 두 팀의 희비를 갈랐다.
이란의 역대 월드컵 두 번째 승리였다. 1998 프랑스월드컵의 미국전(2-1) 이후 무려 20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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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은 모로코를 극적으로 꺾고 20년 만에 월드컵 승리를 거뒀다. 사진(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옥영화 기자 |
이란은 2006 독일월드컵과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나란히 1무 2패에 그쳤다. 이란이 조별리그를 통과한 적은 없다. 모로코전에서 승점 3을 따면서 16강 진출의 희망까지 키웠다.
아시아의 실추된 명예도 회복시켰다. 하루 전날 사우디아라비아가 개최국 러시아에게 치욕적인 0-5 대패를 했다. 일본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조별리그 덴마크전에서 3-1로 이긴 이후 아시아의 승리는 없었다. 16경기 연속 무승(4무 12패). 그 사슬을 끊은 이란이었다.
이란이 지배한 경기는 아니었다. 최종 볼 점유율은 37%-63%로 일방적이었다. 실제경기시간(APT)도 이란은 16분에 그쳤다. 29분의 모로코와 차이가 컸다.
이란이 기세를 올린 시간대는 전반 중반 이후부터 전반 종료까지다. 전반 43분 역습 과정에서 아즈문이 골키퍼와 1대1 기회를 가진 게 결정적인 찬스였다. 그 하나였다. 후반 내내 이란은 뒷문을 단단히 하는데 힘썼다. 역습 비중은 매우 떨어졌고 경기 진행 속도도 느렸다. 이렇다 할 슈팅도 없었다.
하지만 기록은 큰 의미가 없다. 볼 점유율이 높다고 이기는 것은 아니다. 슈팅을 하지 않아도 골을 넣을 수 있다.
모로코는 경기 초반 파상공세를 퍼부었으나 이란의 육탄방어를 뚫지 못했다. 땅에 떨어트린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찾아온 흐름을 놓친다면, 후폭풍은 클 수밖에 없다.
모로코는 한 번의 실수를 했다. 그리고 매우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후반 32분 엘 카비와 교체돼 꿈에 그리던 월드컵 무대를 밟은 부하두즈는 18분 뒤 악몽을 꿔야 했다. 1987년생의 ‘늦깎이’ 골잡이에게는 너무 잔인했던 월드컵 데뷔전이었다.
이란과 모로코의 대결이었으나 두 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오는 18일 스웨덴과 결전을 앞둔 한국도 마찬가지다. 모로코와 이
장현수는 “한 번의 실수가 큰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을 느꼈다. 결국 집중력 싸움이다. 경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높은 집중력을 유지해야 실점 확률을 낮출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대로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러시아월드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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