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이상철 기자] 한국이 졌고 스웨덴이 이겼다. 예상대로 많은 골이 터지지 않았다. 한 골로 승부가 결정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버틴 팀이 웃었다.
그렇다고 뻔해 빠진 흐름이 아니었다. 한국은 허를 찌르기 위한 장치를 뒀다. 파격에 가까웠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했다. 스웨덴을 너무 의식한 전술은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그리고 기대한 결과도 얻지 못했다.
끝까지 베일에 가려졌던 한국의 베스트11이 킥오프 한 시간 전 공개되자,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의 미디어센터 안이 술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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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스웨덴에게 0-1로 졌다. 사진(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옥영화 기자 |
의외의 이름이 보였다. 김신욱을 최전방에 두고 손흥민, 황희찬을 좌우에 두는 4-3-3 포메이션을 처음부터 가동한 적이 없었다. 가장 중요한 시험에서 가장 잘 맞는 옷을 입지 않았다. 신 감독은 스웨덴을 막을 최적의 카드라고 판단했다.
신 감독은 “스웨덴의 높이가 워낙 좋아 많은 대비를 했다. 김신욱을 높이에 대응하기 위해 4-3-3 포메이션을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초반 15분까지 주도권을 잡는 것 같았으나 스웨덴이 서서히 라인을 올리면서 양상이 뒤바뀌었다.
스웨덴의 의도된 변화였다. 야네 안데르손 감독은 “인내심이 필요한 경기였다. 그래서 초반 10분 정도는 (점유율에서 밀리더라도)우리 진영에 좀 더 있는 게 나을 것 같았다”라며 “그 이후 경기가 원하는 대로 잘 풀렸다. 크로스 공격이나 세트피스 기회도 많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신 감독의 변칙 전술은 안데르손 감독이 고려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였을 지도 모른다. 신 감독은 스웨덴을 헷갈리게 하려고 평가전 등번호를 교체하고, 여러 가지 전형을 시험했다. 그러나 스웨덴은 혼란스러워하지 않았다. 마치 다 알고 있다는 인상이었다.
안데르손 감독은 “한국에 대한 1300개의 비디오클립을 분석해 20분으로 요약했다. 등번호를 바꾼 것과 무관하다. 우리는 상대를 충분히 알고 있었다”라며 여유를 보였다. 그가 경기 하루 전날 “완벽하게 준비했다”라고 자신만만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스웨덴의 일방적인 공세였다. 한국은 웅크리기만 했다. 전반 내내 스웨덴을 위협할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그럼에도 골키퍼 조현우의 선방 퍼레이드에 힘입어 60분 넘게 버텼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에게도 기회가 넘어오는가 싶었다. 스웨덴은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자 흔들릴 기미가 보였다. 한국이 승부수를 띄운 것도 후반 중반 이후였다. 신 감독은 “전반에는 실점을 하지 않는데 치중하면서 후반 들어 빠른 역습으로 찬스를 만들고자 했다”라고 했다.
안데르손 감독은 “전반을 0-0으로 마친 데다 후반에도 초반 우리가 원하는 대로 못 풀어가 우려스럽기도 했다”라고 했다. 스웨덴은 초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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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스웨덴에게 0-1로 졌다. 사진(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옥영화 기자 |
그러나 후반 18분 VAR 판정 하나가 두 팀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2분 뒤 키커 그란크비스트는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차 넣었다.
VAR에 대한 경험은 한국이 더 많았다. K리그는 지난해 7월부터 VAR이 도입됐다. VAR에 대한 교육도 철저히 했다. 그렇지만 경험이 반드시 유리하지 않았다. 월드컵 경험도 마찬가지였다.
안데르손 감독은 “VAR을 의심한 적도 있으나 지금은 옳다고 생각한다. VAR이 제 역할을 해줬다”며 기뻐했다. 반면, 신 감독은 “주심의 판정을 존중하되 아쉽다”라고 푸념했다.
후반 중반 이후 스웨덴은 체력이 떨어진 게 눈에 띄었다. 정우영, 이승우를 투입해 공격의 높이보다 속도를 높였다. 그러나 황희찬의 회심 헤더 슈팅마저 골문을 비켜갔다.
신 감독은 스웨덴 수비의 뒷공간을 노리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리고 다양한 세트피스 전술을 숨기며 기회를 엿봤다. 안드레손 감독의 말대로 스웨덴은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어떤 전략도 통하지 않았다. 패스가 부정확했다. 세트피스에서도 위협적인 슈팅을
신 감독은 “평가전에서 준비하지 않았으나 훈련을 꾸준히 했다. 큰 문제가 없다고 봤다. 그러나 공격 전개나 골 결정력이 아쉬웠다. 침투 플레이도 안타깝다”라고 했다. 패착이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