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 이상철 기자] “몇 대 몇?”
월드컵 기간, 지인들과 내기하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우승국을 맞히기도 하나, 한국 경기 결과를 맞히는 게 일반적이다. 승, 무, 패가 아니라 정확하게 스코어를 맞혀야 ‘거금(?)’을 차지할 수 있다.
그렇다면 24일 오전(한국시간) 멕시코와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 몇 대 몇 스코어를 찍었는가. 저득점이 예상됐고 실제로 1골만 터졌던 스웨덴과 1차전보다 예상 범위가 더 클 수 있다. 한국이 대량 실점을 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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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24일 오전 0시(한국시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멕시코와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2차전을 갖는다. 사진(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옥영화 기자 |
스웨덴을 상대로 VAR에 의한 페널티킥 실점만 한 한국이다. 수비 조직력은 이전 평가전과 비교해 나쁘지 않았다는 게 러시아 현지를 찾은 축구인의 공통적인 견해였다. 하지만 이 수비로 더 강력한 멕시코의 공격을 차단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여지를 두되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지성 SBS 해설위원은 멕시코 취재진의 예상 질문에 “한국이 이긴다”라고 자신 있게 밝혔지만 바람이 담겨있다.
박 위원은 “스웨덴전에서는 초반 흐름이 좋았으나 월드컵에 대한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멕시코전에서도 끌려가면 만회하기가 힘들다. 정신적으로 빠르게 회복해야 하며 무더위를 고려해 체력적으로 잘 준비됐는지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우리 수비가 얼마나 집중력을 유지하느냐에 따라 경기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걱정이 많았다. 그 또한 한국의 패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불길한 예감에 두렵기까지 한다고 고백했다.
2014년 1월부터 KBS와 5년 계약을 맺은 이 위원은 2014 브라질월드컵, 2015 아시안컵,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 수많은 국제대회를 경험했지만, 이 같은 공포가 처음이라고 했다.
이 위원은 “멕시코는 독일전에서 엄청난 역습과 강한 전방 압박을 보여줬다. 우리가 그 압박을 이겨낼 수 있을까. 약팀이 강팀보다 잘하려면 기본적으로 많이 뛰어야 한다. 멕시코가 우리보다 강하다. 그렇다면 많이 뛰어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까. 스웨덴을 상대로도 압도하지 못한 체력이었다. 오히려 멕시코가 더 뛸 것 같은 게 가장 두렵다”라고 전했다.
한국은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9회 연속 월드컵에 참가했다. 첫 승도 올렸으며 16강을 넘어 아시아 최초로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그렇지만 환희보다 좌절이 더 많았다. 참패도 겪었다. 네덜란드에게 다섯 골 차 대패했으며, 아르헨티나와 알제리에게 네 골을 허용하기도 했다. 20년 안에 있었던 일들이다. 좋든 싫든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국 취재진이 오소리오 감독에게 “멕시코가 한국에게 지는 것이 부끄러운 건가”라고 질문하자, 일부 멕시코 취재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여러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나 ‘어이가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만큼 멕시코가 한국을 ‘당연히’ 이긴다는 의식이 깔려있다.
포털사이트의 한 댓글이 눈에 띈다. ‘오늘은 뭘 던져야 할까.’ 매우 실망스러운 경기를 할 것이라는 심리다. 누군가는 ‘실시간으로 경기를 안 보는 자가 승자’라고 한다. 기대치가 매우 낮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지인들과 한국-멕시코전 스코어 맞히기 내기를 했는가. 그렇다면 몇 대 몇에 걸었는가. 한국은 몇 골을 허용할까. 1골, 2
로스포트 나 도누는 20년 전 프랑스의 마르세유, 4년 전 브라질의 포르투 알레그리 같은 악몽을 안길까. 공은 둥글지만 ‘괜찮을까’라는 걱정 속 한국-멕시코전 킥오프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