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저도 LG유니폼을 입고 이렇게 오랜 기간 우승을 못할 진 몰랐습니다.”
대기록을 세운 박용택(39·LG트윈스)은 은퇴하기 전 꼭 이루고 싶은 목표를 꼽으라는 질문에 “우승이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만큼 그는 우승에 대한 갈증이 심했다.
박용택은 레전드 반열에 올랐다.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KBO리그 통산최다안타기록을 깨트렸다. 기존 기록은 1993년 데뷔해 2010시즌까지 뛴 양준혁(49)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가지고 있는 2318개였다.
박용택은 이 경기전까지 통산 2317개의 안타를 때렸다. 21일 청주 한화 이글스전에서 안타 1개를 추가해서, 22일 잠실 롯데전에서 기록 달성에 대한 기대를 높였지만, 2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상대 선발이 박용택에 강한 브룩스 레일리라는 점이 대기록 달성을 하루로 늦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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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2018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LG 박용택이 양준혁(2318 안타)의 최다안타 기록을 뛰어넘는 신기록을 달성했다. 박용택은 4회 말 1사에서 2타점 동점 2루타를 쳐 2319 안타로 신기록을 수립했다. 박용택이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이제 통산 2321개, 올 시즌만 96개의 안타를 때리고 있다. 한국 나이로 40세, 불혹이지만 박용택은 최다안타부문에서 공동 3위에 올라있다. 젊은 선수들에 밀리지 않을 만큼 자기 관리에 철저했기에 가능한 결과다. 이날 현장에서 자신의 기록을 깬 박용택을 직접 축하한 양준혁 위원은 “타격 매커니즘이 다른 선수다. 나이와 상관없이 좋은 타구를 날릴 수 있다”며 “3000안타를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박용택의 기록은 3000안타에 초점이 맞춰지게 됐다. 박용택도 오래 전부터 “3000안타를 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박용택은 2012시즌부터 꾸준히 150안타 이상을 때리고 있다. LG의 남은 경기는 67경기, 여기서 54개만 더쳐도 150안타다. 박용택의 페이스라면 올해도 150개 이상을 때릴 수 있다. 올해 딱 150개를 친다고 하면 통산 2375개가 된다. 3000안타까지는 625개가 남는다. 매년 150개 이상을 친다고 가정할 때 박용택은 4~5년 더 선수생활을 해야 한다. 당장 올 시즌이 끝난 뒤 박용택은 FA자격을 얻게 된다. 조건보다는 계약기간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용택이 정말 목마른 것은 3000안타가 아니었다. 바로 LG우승이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도 박용택은 “야구계에서 저만큼 사랑과 질타를 받은 선수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여러 가지로 야구하면서 해보고 싶은 것 다해보고 있다. 이젠 단 하나만 남은 듯하다”며 우승에 대한 갈증을 강조했다.
LG는 1994년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통합 우승한 뒤로 24년째 축배를 들지 못하고 있다. 1994년이면 박용택이 중학교 3학년 시절이다. 이후 LG는 1997·1998년 한국시리즈에 나갔지만 준우승에 머물렀다. 2000년대 이후에는 2002년 한국시리즈 진출이 유일하다. 당시 LG는 정규리그 4위로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가는 저력을 보였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삼성 라이온즈에 2승4패로 무릎을 꿇었다.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때 박용택은 신인이었다. 당시 박용택은 포스트시즌에서 매서운 방망이로 LG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선봉장 역할을 했다.
하지만 LG가 그 이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데 11년이 걸렸다. 박용택은 LG의 암흑기를 지탱한 프랜차이즈 스타 중 한명이다. 박용택도 인터뷰 중에 “신인 때 이후로 한국시리즈를 가보지 못했다. 16년이 됐다. 이렇게 오래 못나갈지도 몰랐고, LG유니폼을 입고 우승을 못할진 몰랐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느낌이 좋다는 박용택이다. 그는 “올 시즌만큼 느낌이 좋았던 적이 없다.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전체 선수들이 자기가 하는 역할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다”면서 “여러 감독님들을 만났지만, 류중일 감독님은 확실하게 역할분담을 해주신다. 선수들은 자기를 쓰는 감독이 좋은 감독이고, 안 쓰는 감독이 나쁜 감독인데, 전체 선수들이 기용에 대한 불만이 없다. 진심으로 한마음으로 이기겠다는 생각들이 마음속에 있다”고 말했다.
이제 반환점을 돈 정규리그 레이스를 보면 쉽지 않은 미션이긴 하다. LG는 23일 경기까지 43승34패로 1위 두산 베어스(49승24패)에 8경기 차로 뒤져있다.
박용택은 “우승할 때까지는 유니폼을 벗고 싶지 않다. 우승을 해야 마음 편히 유니폼을 벗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제 레전드의 반열에 오른 박용택이 우승을 해갈할 수 있을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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