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도네시아 치카랑) 이상철 기자] 난적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 이란을 만나 마음 편하게 90분을 지켜본 적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2016년 11월 8일 U-19 수원 컨티넨탈컵에서 3-1로 꺾은 게 연령별 대표팀을 통틀어 거둔 가장 최근 이란전 승리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나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대회로 범위를 좁힐 경우, 2012년 11월 11일 AFC U-19 챔피언십 8강이다. 6년 전의 일이다. A매치 승리는 그보다 1년 10개월을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아시안게임은 23세 이하 선수들이 참가한다. 연령 제한이 없는 선수 3명을 엔트리에 포함할 수 있지만 기본적인 뼈대는 U-23 대표팀이다. 손흥민, 조현우, 황의조가 가세한 한국과 다르게 이란은 와일드카드도 뽑지 않았다. 1997년 이후 출생 선수들로 구성됐다. 주장인 골키퍼 아미니 자제라니가 맏형이나 1996년 태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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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이란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16강전. 사진(인도네시아 치카랑)=천정환 기자 |
감독이 다르고 선수가 달라도 이란의 색깔은 바뀌지 않는다. 이란이 한국에 대응하는 방식은 비슷했다. 거칠게 대하는 데 신경전을 벌여 흥분을 유도했다. 불리할 때는 넘어져 오랫동안 일어나지 않고 시간을 소비하는 방법도 같았다.
한국은 차분하게 임했지만 이른 시간 한 차례씩 골대를 맞히면서 경기는 빠르게 과열됐다. 전반 31분에는 두 팀 선수들이 충돌하기도 했다. 되풀이되는 것 같은 그림이었다.
90분 안에 승부를 내야 했다. 그렇다면 선제골의 중요성이 컸다. 빠른 시간에 넣을수록 유리해진다. 전반 19분 황인범의 슈팅 이후 찬스를 만들지 못하던 한국은 21분 만에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유기적인 패스로 이란의 오른쪽 수비를 허물더니 황의조가 골네트를 흔들었다. 모범 답안 같은 득점이었다. 2분 전 페널티킥이 선언되지 않은 판정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황의조가 또 다시 해결했다. 이번 대회의 다섯 번째 골로 득점 단독 선두에 올랐다.
이란의 작전은 통하지 않았다. 한국이 바라던 대로 흘러갔다. 한 골차로 뒤진 이란은 공격적으로 올라설 수밖에 없었다. 조별리그 말레이시아전의 한국 같이 조급했다.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졌다. 수비는 허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후반 10분 골이 터졌다. 이번에도 이란의 골문이 열렸다. 이승우가 화려한 개인기로 이란의 수비수를 농락했다. 이승우의 이번 대회 첫 번째 골. 0-0이 아닌 1-0이었기에 가능한 득점이기도 했다.
이란에게도 기회는 주어졌다. 한국의 주전 골키퍼 조현
이토록 편하게 이란전을 지켜본 적이 있었을까. 김학범 감독의 이야기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준비한대로 풀어간 ‘쾌승’이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