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단독 2위로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한 SK와이번스는 13일 홈인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LG트윈스와의 최종전에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경기 전 트레이 힐만 감독이 올 시즌을 끝으로 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힐만 감독의 계약기간은 올 시즌까지다. 염경엽 SK단장은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기간에 재계약 의사를 전했는데, 힐만 감독께서 고사했다. 마음을 돌리려고 했지만 완강히 미국으로 가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에서 힐만 감독은 “SK의 모든 스태프와 KBO 총재, 9개 구단 감독께 감사했다. 재계약 요청을 받아서 너무 고마웠지만, 가족이 우선이다”라며 “84세의 아버지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계신 어머니를 혼자 돌보시느라 힘드신 상황이다. 내가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아름다운 이별 선언이었다. 하지만 포스트 시즌을 앞두고 더 이상 감독직을 하지 않는다고 밝히는 일은 KBO리그에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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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오후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8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2018 시즌 최종전이 벌어졌다. 9회초 마무리로 등판한 SK 산체스가 연속 안타를 맞아 역전을 허용한 후 강판되고 있다. 사진(인천)=김재현 기자 |
선발 요원인 문승원이 7회부터 마운드를 이어 받아 8회까지 2이닝을 무실점으로 던졌다. 포스트시즌 리허설이었다. SK는 포스트시즌 선발을 메릴 켈리 김광현 박종훈 3명을 기본으로 하고, 문승원이 스윙맨(선발이나 불펜) 역할을 맡는 안이 유력하다. 여기에 마지막 퍼즐이 남아있었다. 바로 또 다른 외국인투수 앙헬 산체스였다.
산체스의 전반기와 후반기는 극과 극이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역대 최고의 강력한 외국인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150km를 훌쩍 넘는 강속구가 제구까지 절묘하게 들어갔다. 체인지업의 구속도 140km를 훌쩍 넘었다. 전반기 7승3패 1홀드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했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1승5패 평균자책점 8.78이다.
특히 8월 이후에는 승리가 없다. 지난달 22일 고척 넥센전에서는 1회 5실점을 한 뒤 어깨 통증으로 말소됐고, 정밀 검사 결과 큰 이상이 없다고 나와서 강화 퓨처스파크에서 재활에 매진했다. 미국에서 주로 불펜으로 뛴 산체스는 올 시즌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또 내성적인 성격에 음식 등 한국 적응 속도도 더뎠다.
최종전은 산체스의 점검 무대였다. 포스트시즌에서는 불펜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 나왔다. 안그래도 SK는 불펜에 우완 파이어볼러가 가려운 부분이었다. 산체스가 제격이었다. 후반기 선발로는 힘에 부치는 장면이 나왔기에, 짧게 던지면 팀에도 도움이 되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하지만 이날 9회에 올라온 산체스의 피칭은 실망스러웠다. 아웃카운트는 1개도 잡지 못하고 장단 4안타를 얻어맞으며 3실점,
계속 이런 식이면 산체스는 패전처리 정도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보기가 어려워진다. 계륵으로 전락한 산체스가 SK의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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