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30일 넥센과 SK의 플레이오프 3차전, 승부처는 6회초였다.
한현희가 3-2로 리드한 6회초 1사 2루서 최정의 안타와 로맥의 사구로 만루 위기에 몰리자, 넥센은 오주원을 투입했다.
SK도 곧바로 박정권을 빼고 대타 정의윤을 타석에 세웠다. 정의윤은 좌투수 상대 타율 0.393로 매우 강했다. 다시 교체 카드를 꺼낼 수도 있지만 넥센은 오주원을 마운드에 뒀다. 장정석 감독은 “다른 매치업도 고려했지만 베테랑 오주원을 믿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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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투하는 오주원. 넥센은 30일 SK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6회초 1사 만루 위기를 탈출하며 승기를 잡았다. 사진=김영구 기자 |
오주원은 정의윤과 숨 막히는 대결을 벌였다. 파울만 세 번. 팽팽한 긴장감 속 승부는 다섯 번째 공에서 결정됐다. 3루수, 2루수, 그리고 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였다. 자칫 흐름을 뺏기면서 시리즈를 끝낼 위기에 처했던 넥센은 오주원의 선방으로 기사회생했다.
경기 종료 후 선수단은 하나같이 오주원을 보고 박수를 쳤다. 나이트 코치는 “나이스 볼”이라고 격려했으며 브리검은 엄지를 치켜들었다. 플레이오프 3차전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한현희도 “사실 오늘 최우수선수는 내가 아니라 오주원 선배다”라고 말했다.
정작 오주원은 그저 운이 좋았다고 했다. 그는 “위기 상황에 자주 등판해 경험이 많다. 그럴 때에는 괜히 ‘내가 무조건 잡겠다’라는 욕심을 내면 결과가 좋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상황을 그렸는데 그 중 하나가 이뤄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의윤과 나, 둘 중 누가 더 긴장을 덜 하느냐 싸움이었다. 어차피 난 롱릴리프가 아니다. 때문에 모든 걸 다 쏟아내야 한다. 공 하나하나에 집중했는데 마지막 공이 실투였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던졌더니 팀과 내게 행운이 따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마정길 코치는 포스트시즌 넥센 불펜을 운용하면서 ‘헌신’과 ‘희생’을 강조했다. 개개인의 성적을 떠나 팀을 위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보다 헌신하는 이가 투수조 맏형 오주원이다.
오주원은 “다 어린 후배들이라 맏형인 내가 솔선수범을 해야 한다. (이)보근이와 (김)상수에게도 이 부분을 강조해 셋이 잘 이끌어가고자 한다. 티 내지 않으면서 더 하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이야기했다.
30일 현재 오주원은 넥센의 이번 포스트시즌 8경기 중 5경기에 나갔다. 이보근(6경기) 다음으로 부름이 잦았다. 넥센은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플레이오프까지 올랐다.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오주원은 “더 높은 순위였다면 나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