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발렌시아 이강인이 만17세 8개월 11일의 나이로 1군 첫 공식경기를 치르면서 해당 클럽 ‘동양계 대선배’ 다비드 실바(32·스페인)도 관심을 받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바의 혈통이 필리핀계라는 정보는 대한민국에서만 정설로 여겨진다. ‘일본계’라는 주장은 일가친척을 취재한 결과물이다.
발렌시아는 31일(한국시간) 에브로와의 2018-19시즌 스페인 국왕컵(코파 델레이) 16강 1차전을 2-1로 이겼다. 2차전 홈경기는 12월 6일 오전 2시 시작된다.
스페인 라리가(1부리그) 발렌시아 4-4-2 대형의 왼쪽 날개로 이강인은 세군다 디비시온 B(3부리그) 에브로를 맞아 83분을 소화했다.
발렌시아 에브로전은 창단 36387일(99년 7개월 13일)째 치른 경기였다. 이강인은 구단 100년 가까운 역사에서 1군 공식전을 치른 첫 순수 동양인으로 기록됐다.
다비드 실바 등 발렌시아를 거친 축구 스타 중에 아시아 혈통이 없진 않았으나 국적 등 모든 측면에서 논란이 없는 명실상부한 동양인 1군 선수는 이강인이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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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렌시아 이강인 1군 데뷔는 동양계 클럽 대선배 다비드 실바가 발렌시아 A팀 첫 경기 4466일 후 성사됐다. 실바가 맨시티 소속으로 리옹과의 2018-19 UEFA 챔피언스리그 F조 홈경기에 임하는 모습. 사진=AFPBBNews=News1 |
■고향 신문이 다비드 실바 3대조까지 심층 취재
다비드 실바가 일본계라는 가장 강력한 근거는 스페인 일간지 ‘라프로빈시아’의 “카나리아와 일본의 피가 절반씩 흐르는 어머니”라는 보도다.
‘라프로빈시아’는 다비드 실바 고향 카나리아 제도를 근거지로 하는 125년 전통의 언론답게 해당 선수의 3대조로 거슬러 올라가 가계를 논했다.
해당 기사는 200자 원고지 33장 분량이다. 지역 언론답게 다비드 실바의 일가친척 그리고 어떤 분위기에서 성장하고 살아왔는지를 자세히 다뤘다.
다비드 실바의 조모와 사촌은 ‘라프로빈시아’와의 인터뷰에 직접 응했다. 해당 기사에는 부모 형제와 조카, 조부와 삼촌, 이모 등 실로 다양한 가족·친지가 언급된다.
‘라프로빈시아’는 “일본 혈통의 아름다운 카나리아인”으로 다비드 실바의 어머니를 묘사했다. ‘일본계와 카나리아인의 화려한 결혼’이라고 실바 부모의 혼인을 설명하기도 했다.
해당 선수 유년기 사진까지 단독으로 입수하여 게재했을 정도로 ‘라프로빈시아’의 다비드 실바 관련 보도는 여러모로 공을 많이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일가친척과 수시로 접촉하여 작성한 기사에 담긴 내용이다. 다비드 실바 같은 축구 스타의 어머니에 대해 잘못된 혈통 정보를 고향 유력언론에서 다뤘다면 가족이나 친지들이 가만히 있었을까?
■현재 활동 중인 영국 유력언론도 같은 내용 보도
다비드 실바는 14세였던 2000년, 이강인은 2011년 10살의 나이로 발렌시아 유스가 됐다. 실바는 2010년 7월 14일 친정팀에 이적료 2875만 유로(371억6196만 원)를 안겨주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시티로 떠났다.
영국 신문 ‘데일리 메일’은 어느덧 8년째 해당 국가에서 활동 중인 다비드 실바가 모를 수 없는 매체다. 해당 언론에서도 역시 실바의 모친을 ‘일본계’라고 설명했다.
‘데일리 메일’ 다비드 실바 부모 관련 기사는 해당 선수의 어떠한 정정 요구 없이 여전히 원본 그대로 온라인 게재 중이다.
■영어권 위키백과 및 커뮤니티도 “다비드 실바는 일본계”
유명인사 위키백과 영어판 페이지는 대리인이 관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객에서 곤란한 소문이나 잘못된 정보가 세계적으로 유포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다비드 실바 위키백과 영어판은 “어머니는 카나리아 미디어에 의해 일본계라고 주장되고 있다”라는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나 혈통 분류는 ‘일본계 스페인 국적자’로 되어 있다.
위키백과는 일정 수준 이상의 근거를 제시한다면 반박을 하거나 최소한 ‘이러한 얘기도 있다’라는 정도는 적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위키백과 영어판 다비드 실바 페이지에는 필리핀 관련 언급이 전혀 없다. ‘일본계 모친’ 혹은 ‘일본계 스페인 여권 보유자’라는 서술이나 카테고리 설정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성을 갖춘 반박이 없었다는 얘기다.
영어권 대형 커뮤니티 ‘레딧’에도 다비드 실바의 혈통 관련 스레드가 존재한다. 한국인 혹은 대한민국의 정보를 접한 이로 추정되는 유저가 ‘필리핀계’라는 언급을 했지만, 프리미어리그(EPL) 맨유 출신의 살아있는 전설 라이언 긱스(45·웨일스)를 소재로 하는 농담 따먹기 대상이 되는 등 진지하게 수용되지 않고 있다. ‘라프로빈시아’ 및 ‘데일리 메일’ 보도로 반박됐음은 물론이다.
■구글에 ‘David Silva Philippines’를 쳐보자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은 과연 ‘다비드 실바 필리핀계’라는 대한민국 일부의 굳은 믿음에 부응해줄까?
유감이지만 외국 웹을 보면 한국처럼 정설은 고사하고 다비드 실바와 필리핀의 연관 자체가 거론되는 것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다비드 실바와 일본을 구글 등 해외 기반 검색엔진을 찾아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정반대 상황이 펼쳐진다.
■‘다비드 실바 일본계’는 매우 유력한 주장
사실 이렇게 긴 기사를 쓸 필요도 없는 일이다. 손흥민이 한국 지역 언론에 의해 ‘강원도(혹은 춘천)의 아들’이라고 불리는 것처럼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를 대상으로 하는 신문의 속성 역시 다르지 않다.
‘라프로빈시아’가 ‘내 고장의 자
대한민국 일각에선 ‘다비드 실바가 직접 필리핀계라고 말했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외국에선 전혀 인정받지 못하는 얘기다. dogma0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