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득점 경로가 홈런 밖에 없다. SK가 아니라 두산이 그렇다.
SK는 한국시리즈 3차전까지 포스트시즌 8경기에서 18개의 홈런을 날렸다. 승리한 5경기의 결승타는 모두 홈런이었다.
플레이오프만큼은 아니더라도 한국시리즈에서도 홈런 비중이 컸다. 1차전과 3차전의 14득점 중 10득점을 홈런 다섯 방으로 올렸다.
↑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3회 1점 홈런을 친 후 기뻐하는 정진호. 이날 두산의 유일한 득점이었다. 사진(인천)=천정환 기자 |
10일 5차전은 의미가 있었다. 힐만 SK 감독의 마지막 공식 홈경기이기도 했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홈런 없이 승리한 첫 경기였다.
SK는 3차전 8회 이재원의 2점 홈런 이후 18이닝 연속 홈런이 터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4차전에서 두산의 실책 두 개(7·8회)를 모두 찬스로 살리더니 점수까지 뽑았다.
카드 적중률이 높았다. 8회 대타 및 대주자 카드가 모두 맞아 떨어지면서 쐐기 점수까지 얻었다. 아슬아슬했던 부분도 있지만 불펜 운용도 딱딱 맞아떨어졌다.
힐만 감독은 “지난 2년간 ‘SK가 홈런 없이도 이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오늘 홈런 없이 승리했다”라며 흡족해했다.
오히려 두산이 홈런 없이 점수를 얻지 못하고 있다. 색깔이 바뀐 것이다. 4차전 정수빈(2점)과 5차전 정진호(1점)의 홈런으로 3점을 뽑는데 그쳤다. 두산이 적시타를 친 것은 3차전 5회 오재원이 마지막이다.
두산은 5차전까지 타율 0.265를 기록하고 있다. SK(0.222)보다 높다. 그러나 찬스마다 침묵하고 있다. 3,4,5차전의 잔루는 총 26개다. 세 경기 모두 만루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삼진이나 범타로 물러났다.
이 세 경기에 김재환이 옆구리 통증으로 결장했다. 간판 4번타자의 공백은 결코 작지 않다. 최주환(0.474), 양의지(0.500) 같이 미친 선수가 없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미친 선수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박건우(0.056), 오재일(0.077), 김재호(0.1
두산은 2승 3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 한 번만 더 패할 경우, 2년 연속 준우승이다. 2002년 이후 한국시리즈에서 정규시즌 1위 팀이 우승하지 못한 적은 2015년뿐이다. 당시 ‘업셋’을 이룬 팀이 두산이었다. 이번에는 희생양이 될 위기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