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전임감독제에 대한 총재의 생각,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자진사퇴가 총재의 소신에도 부합하리라 믿습니다.”
14일 국가대표 감독에서 사퇴한 선동열 감독이 밝힌 사퇴의 변 중 한 대목이다. 선 감독이 밝힌 여러 이유 중 가장 눈에 띄었다. 이는 지난달 23일 대한체육회 국정감사에서 정운찬 KBO 총재의 “전임감독제, 개인적으로 찬성하지 않아” 발언에 대한 대답으로서 선 감독은 이 발언을 사실상의 사퇴종용으로 해석했다.
사상 첫 야구대표팀 전임감독인 선 감독의 사퇴와 함께 전임감독제 자체가 표류하게 생겼다. 오랜 야구계 숙원으로서 가까스로 성사된 하나의 획기적인 시스템인데 돌연 KBO 수장의 입으로 인해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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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운찬(오른쪽) KBO 총재의 공개 부정 속 선동열 국가대표 감독이 14일 사퇴의사를 밝혔다. 사진=MK스포츠 DB |
다만 특성상 부담이 너무 컸다. ‘독이 든 성배’라는 표현이 적합했다. 명망 있는 감독들도 손사래를 쳤다. 감독인선이 쉽지 않았던 가운데 2017 WBC 고척참사를 경험하며 여론이 들끓었고 결국 그간 국가대표팀 투수코치로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선 감독이 자리를 맡았다. 물론 선 감독 개인에게도 기회였지만 한국 야구계가 원했던 일이 분명했다.
여전히 시행착오는 있다. 그러나 전임감독제 자체는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필요한 시스템이라는 의견이 많다. 그런데 이를 KBO 수장이 공적인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전임감독제를 찬성하지 않는다”라며 부정한 것이다. 이후 KBO는 사태를 진화하려 했지만 정 총재 발언은 거듭 진의를 의심 받았다. 결국 선 감독은 사퇴했다.
이제 KBO는 당장 새 국가대표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 상황. 문제는 KBO 총재가 전임감독제를 부정한 마당에 다시 전임감독제를 이어갈 수 있을 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망신 당하고 매도 맞고, KBO로부터 공개저격을 당하기
야구계 염원이던 전임감독제가 '무개념' 야구계 수장으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놓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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