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카타르의 아시안컵 우승은 최대 이변이었다. 운이 좋았던 건 아니다. 실력으로 증명한 자격이었다. 그렇다면 아시아축구의 지형이 바뀌는 것일까.
카타르는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했다. 10번째 도전에 이뤄낸 성과다. 앞서 아홉 번의 대회에서 조별리그 통과가 두 번에 불과했으며, 토너먼트 승리는 한 번도 없었던 팀이다. 카타르의 반전은 대단히 놀랍다.
멀리 갈 것도 없다. 2015 AFC 아시안컵 때 카타르는 3전 전패로 탈락했다. 이란, 아랍에미리트, 바레인을 만났다지만 승점 1도 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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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국적 군단 카타르는 일본을 꺾고 사상 첫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UAE 아부다비)=ⓒAFPBBNews = News1 |
당시 카타르를 향한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었으며 비관적이었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 대한 우려도 컸다. 개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조별리그 탈락한 것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유일하다.
그렇지만 2019 AFC 아시안컵 폐막 후 카타르에 대한 평가는 180도 달라졌다. 20년 가까이 투자를 하더니 그 결실을 맺었다.
아시아 팀을 상대했다고 해도 카타르의 경기력을 상상 이상이었다.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 각각 독일, 콜롬비아를 꺾었던 한국, 일본을 격파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한국, 일본 등 역대 우승국을 차례로 제압했다. 이 같은 도장 깨기는 없었다. 진정한 반전 드라마였다.
카타르의 성장은 일시적이지 않다. 아시안컵(2011년)에 이어 월드컵(2022년)까지 국제대회를 유치하면서 내적 성장을 꾀했다.
아스파이어 아카데미를 열어 유망주를 길러냈으며 펠릭스 산체스 감독은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제자들과 함께 A대표팀까지 올라섰다. 2014 AFC U-19 챔피언십 우승 및 2018 AFC U-23 챔피언십 3위를 차지했다. 카타르는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그 조짐을 좀 더 현실적으로 깨닫지 못했을 따름이다.
카타르는 아시아 최강 팀이 됐다. ‘빅4’가 주름 잡던 판도 깨졌다. 카타르의 놀라운 성장은 아시아축구의 지형을 뒤바꿀 만하다.
카타르를 상대한 팀은 하나같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결과적으로 카타르가 이겼지만 그만한 실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은 “(카타르가 강하다는 건)그렇게 봤기 때문에 새삼 놀라울 게 없다. 수비, 속공, 지공이 모두 가능하다. (3년 뒤)월드컵을 바라보고 팀을 아주 잘 만들었다”라고 호평했다.
카타르가 당장 한국에게 큰 위협을 주지 않을 터다. 카타르는 2022 월드컵 개최국으로 자동 진출한다. 그러나 카타르는 2022 월드컵만 바라보고 있지 않다. 지속적인 투자에 이은 결실은 그 이후 미래를 바꿔놓을 수 있다.
다만 아시아 최강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지는 카타르에 달렸다. 아시안컵의 좋은 성적이 꼭 달콤한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2004년 대회 이후 준결승 진출 팀 중 다음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을 통과한 확률은 50% 안팎이다. 2007년 대회 우승팀 이라크와 준우승팀 사우디아라비아는 2010 월드컵 본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이라크는 아시안컵 우승 후 한 번도 월드컵 지역 예선도 통과하지 못했다.
카타르는 2018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2승(1무 7패)에 그쳤다. 태국(2무 8패) 다음으로 나쁜 성적이다. 한 곳에서 열리는 토너먼트 대회와 여러 곳을 오가며 펼쳐지는 풀리그는 전혀 다르다.
게다가 카타르만 성장한 게 아니다. 더 이상 아시아축구의 절대강자가 없다. 모리야스 감독은 “아시아축구의 상향평준화로 어느 하나 쉬운 경기가 없다”라고 토로했다. 일본의 베테랑 나가토모 유토 또한 “(일본이)앞으로 월드컵에 나가지 못할지 모른다. 위기감이 느껴진다”라고 밝혔다.
강호도 가만히 당하지 않는다. 큰 충격을 받은 한국, 일본은 다시 일어서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이다.
카타르는 진정한 힘을 보여줬다. 무시무시한 힘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바뀔 조짐이 있다는 것이다. 경쟁 사회다. 도태될 경우, 멀리 뒤처진다. 아시안컵은 더 이상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다. 월드컵 또한 그럴 수 있다. 도전의식은 커졌고, 그보다 더 커진 위기의식이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