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실투 하나로 홈런을 맞아 승리투수 조건이 사라졌지만 유희관(33·두산)의 표정은 밝았다.
11년차의 시즌 첫 등판이자 통산 212번째 경기. 새로울 게 없을 수 있지만 적어도 그의 마음가짐은 새로웠다. 그리고 그가 던지는 공 하나하나도 달라졌다.
유희관은 27일 잠실 키움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5피안타 1피홈런 1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연장 10회까지 치렀던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유희관과 이승호의 팽팽한 투수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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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유희관이 27일 잠실 키움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2실점 역투를 펼쳤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
유희관보다 열세 살이 어린 이승호의 호투도 인상적이었으나 유희관의 역투도 잠실구장을 찾은 야구팬의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지난해 최악의 부진을 겪었던 6점대 평균자책점 선발투수의 공과 달랐다.
진정한 힘을 되찾은 유희관의 복귀다. 그는 “명예회복까지는 모르겠다. 지난겨울에는 선발투수 경쟁까지 해야 했다. 진지하게 야구를 다시 배웠다. 한 번의 선발 등판도 소중하게 느낀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즌 첫 경기라 긴장도 됐다. 매우 소중했다. 정규시즌이 아니라 포스트시즌처럼 집중하며 공 하나하나를 열심히 던졌다. 비록 승리투수가 안 됐으나 좋은 투구로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해 기쁘다. 내게 매우 의미 있는 경기였다”라고 밝혔다.
1년 전의 유희관이 아니다. 키움 타자의 허를 찌르는 제구는 완벽했다. 5회 이지영에게 던진 체인지업만 제외하고. 유희관은 볼넷 하나만 내줬다. 7회 2사 후 9구 승부 끝에 이지영을 걸어 보냈다.
유희관은 “체중을 감량해 그런지 몸이 가벼워 경쾌하게 투구했다”라며 “전반적으로 생각대로 제구가 잘 됐다.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투구를 이어가도록 하겠다. 마운드 위에서 더욱 집중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홈런 실투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얻은 게 더 많았다. 유희관은 “역시 공 하나에 울고 웃는 게 투수다. 내용이 좋아도 공 하나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온다. 몰리면 역시 맞을 수밖에 없다. 또 하나 공부가 됐다. 더 정교하게 던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좌타자에 약했던 부분도 고쳤다. 지난해 좌타자 피안타율은 0.367이었다. 키움전에서 좌타자 상대 피안타는 3개였다. 유희관은 “이정후, 서건창에 약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효과적으로)잘 막은 것 같다. 좌타자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게 소득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첫 단추를 잘 끼었다. 유희관은 끝까지 그 좋은 흐름을 이어가길 희망했다. 보직은 당연히 선발투수다.
유희관은 “오늘 투구가 조금이나마 (선발투수 경쟁에서)어필이 되지 않았을까”라며 웃더니 “(선발투수도)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 시즌 끝까지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다시 밝아진 유희관이다. 그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