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이동욱 NC 감독은 하루하루 복권을 긁는 기분일지 모른다. 꽝이 없다. 당첨은 보장돼 있다. 하나만이 아니다. 돌아가며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NC는 100% 전력이 아니다. 나성범, 박석민, 모창민, 이재학 등 주축 선수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그러나 성장한 젊은 선수의 등장으로 전력 약화는 없다.
이 감독은 “원래 능력 있는 선수들인데 그동안 (잠재력을)끌어올리지 못했다. 이제 기회를 얻으면서 보여주고 있다”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퓨처스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NC 김태진은 올해 드디어 KBO리그에서 빛을 내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이어 이 감독은 “9명의 선수로 야구 경기를 할 수 없다. 이런 선수들이 성장해줘야 다양한 카드를 쓸 수 있다”라며 “젊은 백업 선수들이 잘하면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큰 힘도 된다. 김찬영, 강진성, 김태진 등이 잘해줘야 팀이 강해진다”라고 강조했다.
17일에는 김태진이 복권의 주인공이었다. 7회 대타로 출전한 김태진은 1루수 땅볼로 물러났으나 두 번째 타석에서 매서운 스윙을 선보였다.
4-3의 8회 무사 1,2루였다. 내야안타와 실책으로 LG가 흔들리던 시점이었다. 신정락의 초구는 너무 안쪽으로 향했다. 폭투로 주자는 한 베이스를 더 갔다. 김태진도 깜짝 놀랐다. 자칫 타격 밸런스가 흔들릴 수 있었다.
김태진의 타격 자세도 바뀌었다. 희생번트를 취하지 않았다. 강공이었다. 외야 플라이를 치더라도 1점을 뽑고자 했다.
이 감독은 “김태진의 최근 타격감이 매우 좋다. (스퀴즈 번트 같이)작전을 펼칠 상황이 아니었다. 사이드암 투수인 만큼 적극적으로 칠 것을 주문했다. 김태진이라면, 충분히 외야로 타구를 날릴 것으로 기대했다”라고 말했다.
김태진은 곧바로 신정락의 두 번째 공에 배트를 휘둘렀다. 타구는 김태진과 이 감독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멀리 날아갔다. 비거리 105m 홈런이었다. NC는 4-3에서 7-3으로 달아나면서 승기를 굳혔다.
김태진은 “솔직히 외야 플라이라고 생각했는데 관중의 함성에 홈런이라는 걸 깨달았다. 베이스를 도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다”라며 “올해 홈런 3개를 쳤는데 내게 모두 다 의미가 있다”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기대 이상의 타격을 선보였다. 처음이 아니다. 김태진은 줄곧 그랬다. 특히 5월 들어 타율 0.302 3홈런 13타점 7득점으로 ‘무시무시한 타자’가 됐다.
김태진은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 훈련할 때나 경기할 때나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고 좋은 결과를 얻게 됐다. 기대에 부응한 것 같아 다행이다. 자신감도 커졌다”라고 말했다.
김태진은 2014년 NC에 입단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23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는 올해 34경기를 뛰었다. 그가 경기에 나갈수록 개인 기록은 하나둘씩 경신되고 있다. 자신의 이름 석 자도 알리면서.
김태진은 “경기를 많이 뛰면서 빨리 적응할 수 있게 됐다. 공격이나 수비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예측’이 가능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장타 능력까지 갖춘 김태진은 NC 야수의 새로운 옵션이다. 그는 내, 외야 수비가 모두 가능하다. 그러나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앞으
김태진은 “지금 (나)성범이형이 빠지면서 이렇게 기회를 얻고 있다. 그러나 내가 자리를 확실히 잡은 건 아니다. 특별히 기록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지금으로선)그저 경기 출전기회가 주어지면 최선을 다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