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키움 히어로즈 허민 이사회 의장이 일부 선수를 대상으로 라이브 피칭을 시도해 논란이다. 선수들의 자발적 참여라는 키움 구단 측의 궁색한 변명까지 더해져 빈축을 키우고 있다.
더구나 키움은 올 시즌 KBO 10개 구단 중 관중 순위 꼴찌를 기록하는 등 관중 감소세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부적절한 처사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SBS는 19일 허민 의장이 이달 초 2군 훈련장을 방문해 훈련이 끝난 2군 선수들을 야구장에 남아 있으라고 지시한 후 직접 유니폼을 입고 나타나 선수들과 캐치볼을 하고,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고, 자신의 공을 쳐보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로 인해 선수들은 1시간 넘게 퇴근이 미뤄졌다.
↑ 2013년 양준혁재단이 주최한 자선야구 대회에서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는 허민 키움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 사진=MK스포츠 DB |
해당 보도에 키움 측은 “6월 2일 허민 의장이 2군 현황 파악을 위해 고양(2군 훈련장)에 갔다. 5월 중순부터 방문에 대한 협의가 있었다. 당시 협의를 하며 허민 의장이 너클볼을 던지니 2군 선수들에게 쳐보는 기회를 만들면 어떨까 했다. 선수들에게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선수가 있는지 문의했고, 참여하겠다고 말한 선수가 예진원, 김은성이었다”며 “허민 의장이 수락했고, 2군 시설을 둘러봤다. 해당 일에는 경기가 없어 훈련만 진행했고, 훈련 후 참여 의사를 밝힌 선수들과 라이브 배팅과 캐치볼을 했다. 김태완 코치, 박정음이 경험하고 싶다 해서 즉흥적으로 참여하며 총 4명이 했다. 20분~30분 사이로 진행됐다. 현장에서도 즐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선수들에 한해 이뤄졌고 이벤트성이었다. 규약과는 관계없는 내용이다”라고 해명했다.하지만 해명과는 달리 야구계 내부의 시선은 싸늘하다. 허민 의장은 올 초 키움의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도 자체 연습경기에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스프링캠프는 시즌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다. 하루도 허투루 보낼 수 없고, 기회를 잡기 위한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는 무대이기도 하다. 허민 의장은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던졌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2이닝 또는 1이닝일 수 있는데, 이사회 의장이라는 이가 그 기회를 박탈한 셈이다. 물론 키움 구단은 그 때에도 “허민 의장이 (등판을) 고사했지만, 구단 측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보면 야구에 대한 열정일 수도 있다. 서울대 야구부에서 뛰기도 한 허 의장은 사업가로 입지를 다진 뒤에도 홀연히 미국으로 떠나 너클볼을 배우고, 독립구단에 입단하기도 했다. 국내 최초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신인드래프트에 지원서를 냈다. 하지만 허 의장이 벌이고 있는 일련의 행위들은 기행(奇行) 이상으로 치부되고 있다.
이번 라이브 피칭과 관련해서도 한 관계자는 “예진원, 김은성처럼 저연차 선수들은 구단 높은 분들이 하자고 하면 해야 하는 위치다. 때문에 자발적이라는 말은 매우 모호하고, 위험하다.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는 즐거운 분위기가 아니라 갑질이자 고역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2019 KBO리그가 400만 관중을 돌파했다. 하지만 전년도에 비해서는 9%가 줄었다. 이번 시즌에는 800만 관중도 위태롭다라는 의견이 팽배해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키움이 있다. 키움은 이날 kt와의 고척 홈경기에 2918명이 입장했다. 올 시즌 38차례 홈경기를 치른 키움의 누적 관중수는 22만1370명이다. 38경기는 두산 베어스 다음으로 많이 치른 홈경기 숫자이지만, 누적 관중수는 10개 구단 중 압도적 꼴찌다. 경기 당 평균 관중은 5826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1500명 가량이 줄었다. 감소세는 15%다. 키움의 홈구장인 고척스카이돔은 1만63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돔구장 치고는 사이즈가 작지만, 최적의 관람환경이다. 더구나 키움은 고척돔을 홈으로 사용한 2016시즌부터 매시즌 관중수가 줄고 있다.
키움으로서는 힘든 상황이다. 구단의 대주주인 이장석 전 대표가 배임 등의 혐의로 법정 구속된 상황에서 히어로즈 구단은 허민 의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일종의 구원투수 역할이었다. 최초 구단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허 의장은 이사회 의장 자리를 받으면서 사외이사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하고 나서는 점점 구단에 자신의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구단의 전반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도 하다. 실제로 시즌 초반 히어로즈 구단의 마케팅팀과 홍보
구단을 둘러싼 여러 상황과, 이사회 의장이라는 위치를 봤을 때 2군 훈련장에서 젊은 선수들을 대상으로 너클볼을 던진 것은 너무 한가해 보인다. 이사회 의장이라는 지위를 이용, 사적인 여가를 즐겼다는 비판을 허 의장이나 히어로즈 구단도 귀기울여야 한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