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웨이 적중률 92.3%, 그린적중률 94.4%. 퍼트 수 31개.'
메이저대회 최종라운드의 압박감 속에서도 완벽한 플레이를 펼친 고진영(24·하이트진로)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의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고진영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 레뱅 에비앙 리조트GC(파71·6527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일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타를 줄이며 합계 15언더파 269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 3승째이자 통산 5승째다.
특히 ANA 인스퍼레이션에 이어 올 시즌에만 두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더 기쁜 소식은 세계랭킹 1위 탈환이다. 지난 1일 박성현(23·솔레어)에 1위 자리를 내준 고진영은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하고 박성현이 3위 이하 성적을 낼 경우 1위 복귀가 가능했다. 그리고 이날 박성현이 공동 6위에 그치며 다시 '세계 1위'의 주인이 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고진영은 우승 상금 61만5000달러(약 7억2800만원)를 받아 시즌 상금을 198만3822달러로 늘리며 상금랭킹 1위로 올라섰다. 물론 올해의 선수, 평균타수, 메이저 어워드 등 전 부문 1위자리에는 '고진영'의 이름이 새겨졌다.
이날 단독 선두 김효주(24·롯데)에 4타 뒤진 공동 3위로 출발한 고진영은 차분하게 자신만의 플레이를 펼쳤다. 올 시즌 고진영의 강점은 '안정성'이다. 평균 260.56야드를 때려내며 페어웨이 적중률 80.20%로 10위에 올라있다. 이어지는 그린적중률(79.09%)은 1위다. 또 그린적중시 퍼트 수는 1.75개로 5위. 한마디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김효주도 만만치 않다. 올 시즌 '톱10 진입률'이 무려 73%로 1위다. 그리고 단독 2위로 출발한 박성현도 올 시즌 2승에 '한방'을 갖춰 우승을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가장 먼저 박성현이 무너졌다. 1·2번홀에서 연속보기를 범했고 이후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1타를 잃고 전반을 마쳤다. 그리고 11번홀(파4)와 12번홀(파4)에서 짧은 퍼팅을 연달아 실수하며 더블보기와 보기로 3타를 잃고 사실상 우승경쟁에서 밀려났다.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는 김효주였다. 13번홀까지 김효주는 15언더파로 고진영에 1타 앞선 선두였다. 보기 2개와 버디 2개로 타수를 지겨나갔다.
하지만 문제는 14번홀(파3)에서 터졌다. 그저 '불운' 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효주가 친 하이브리드 샷은 높은 탄도를 그리며 날아갔다. 하지만 조금 우측으로 밀렸고 벙커턱 바로 뒷편에 깊게 박혔다. 제대로 스윙을 할 수도 없는 상황.
김효주는 힘차게 스윙을 했지만 볼은 얼마 가지 못하고 다시 벙커로 굴렀다. 그런데 볼은 김효주가 깊게 밟아 놓은 발자국 속으로 들어갔다. 불운의 연속이다. 역시 제대로 스윙을 할 수 없었고 또 다시 온 그린 실패. 김효주는 이후 세 차례의 퍼팅으로 이 홀에서만 3타를 잃는 일명 '양파'를 적어냈다. 반면 고진영은 10m 넘는 버디퍼팅을 홀 옆에 붙이며 침착하게 파를 잡아냈다.
순식간에 고진영에 1타 앞서있던 김효주가 오히려 이 홀을 마친 뒤에는 '선두' 고진영에 2타 뒤진 상태가 된 것. 단 한 홀의 실수로 김효주는 다 잡았던 우승컵을 내려놓아야 했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김효주는 마지막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합계 13언더파 271타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아쉽지만 올 시즌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이다. 김효주는 올 시즌 US여자오픈에서는 컷탈락을 했지만 ANA인스퍼레이션 공동 6위와 위민스PGA챔피언십 공동 7위 등 확실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또 올해 9번째 '톱10'으로 톱10 횟수에서도 1위가 됐다.
박성현은 짧은 퍼팅 실수로 우승을 눈앞에서 날렸다. 스코어카드를 보면 박성현이 얼마나 고분분투 했는지 알 수 있다. 박성현은 버디 4개를 잡았지만 보기가 6개, 더블보기가 1개로 4타를 잃었다. 1m 안팎이 짧은 퍼팅을 수 차례나 성공시키지 못한 것이 이날 부진의 원인이었다. 마지막 18번 홀에서는 50cm 가량의 파퍼팅도 실패해 결국 보기로 합계 10언더파 274타로 공동 6위로 대회를 마쳤다.
역전 우승을 노렸던 박인비(31·KB금융그룹)는 드라이버샷 부터 아이언샷, 퍼팅까지 모두 흔들리며 결국 2타를 잃고 합계 9언더파 275타로 공동 8위로 대회를 마쳤다.
제니퍼 컵초(미국)와 펑산산(중국)이 각각 5타와 3타씩 줄이며 합계 13언더파 271타로 김효주와 함께 공동 2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에비앙 챔피언십은 끝났지만 피말리는 '메이저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날 대회를 마친 선수들은 곧바로 다음달 1일부터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AIG 브리티시 여자오픈이 열리는
고진영은 2013년 박인비 이후 다시 '한 시즌 메이저 3승'을 노리고 박성현은 '3년 연속 메이저대회 우승'과 함께 세계 1위 탈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불운으로 우승을 날려버린 김효주와 흔들린 박인비도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를 벼르고 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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