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안준철 기자
‘곰탈여우(곰의 탈을 쓴 여우)’가 ‘염갈량’과의 지략대결에서 승리했다.
곰탈여우는 두산 베어스 김태형(52) 감독을, 염갈량은 SK와이번스 염경엽(51) 감독을 가리킨다. 끝난 것 같았던 정규시즌 선두싸움은 물론, 포스트시즌에서 두산과 SK의 맞대결까지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곰같이 푸근한 외모와 달리 머리 회전이 빠르고 꼼꼼한 스타일이기 때문에 곰탈여우라는 별명이 붙었다. 염경엽 감독은 제갈량에 비유해 염갈량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두 감독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지장(智將)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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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이 발야구로 선두 SK와이번스를 압박했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러나 27~28일 잠실에서 열린 두 팀의 2연전에서 두산이 모두 승리하며 분위기가 묘해졌다. 6.5경기 차였던 1위와 2위는 두산이 모두 승리하며 4.5경기까지 좁혀졌다. 두 팀은 앞으로 세 차례 더 맞대결을 치러야 한다. SK가 123경기로 두산(122경기)보다 1경기를 더 소화했다. 현실적으로는 SK의 선두 수성이 현실적이긴 하지만, 야구는 또 모를 일이다.
특히 이번 2연전에서 두산은 SK를 농락하다시피 이겼다. 두산은 4번타자 김재환이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SK와 2연전을 모두 이겼다.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4번에 들어가 27일 경기에서 쐐기포를 날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2-1에서 3-1로 만드는 홈런이었다. 물론 이날 경기는 무엇보다 두산의 발야구가 빛이 났다. 두산은 SK 상대로 5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도루는 득점으로 이어졌다. 동점과 역전이 그랬고, 페르난데스의 홈런에 이은 4점째 득점도 도루가 그 과정에 있었다.
SK로서는 대응이 되지 않았다. 안방마님 이재원이 버텼지만 도루를 5차례 허용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4-2로 두산의 승리였다.
28일 경기는 SK가 설욕을 벼르고 나왔다. 주로 5번에 배치되던 고종욱을 2번으로 당겼고, 고종욱은 1회초 현란한 발로 득점에 성공했다. 도루도 있었다. 3회초 적시타로 2-0으로 달아나는 점수를 만든 고종욱은 다시 2루를 훔치는데 성공했다. 두산에 당할 수 없다는 SK의 복수극이었다.
하지만 복수극은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두산의 발이 결국 이겼다. 3-2로 역전하는 과정에서는 다섯 타자 연속 안타라는 집중력의 발휘된 결과였지만, 8회말 2사 만루에서 나온 캡틴 오재원의 홈스틸은 발야구의 화룡점정이었다. 어찌 보면 김태형 감독의 SK 상대로 고수한 발야구의 최대 성과물이었다.
반면 SK는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두산의 주루로 배터리는 물론 수비 전체가 흔들리는 장면이 나왔다. 두산의 발야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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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2019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벌어졌다. 6회말에서 두산 허경민이 1타점 역전타를 치자 염경엽 SK 감독이 굳은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김재현 기자 |
이번 2연전을 통해서 포스트시즌에서 두 팀의 맞대결이 성사된다면, 일방적인 분위기는 아닐 것이라는 예상을 해볼 수 있다. 두산의 이번 2연전을 통해 발야구를 해법으로 들고 나온 게 주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두산이 14.5경기 차로 정규시즌을 우승, 한국시리즈에 직행했고, SK가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는데, SK가 4승2패로 우승을 차지하는 업셋이 일어났다. 두산으로서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아쉬움과 역대 SK와의 가을야구에서 단 한 차례도 웃지 못한 한을 풀어야 한다.
어쨌든 남은 정규시즌, 포스트시즌에도 유심히 지켜봐야 할 두산과 SK의 맞대결이다. 특히 실제로도 절친한 사이인 김태형 감독과 염경엽 감독의 지략대결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가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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