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두산이 극적인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날, 이형범(25)의 감정은 복잡했다. 너무 미안했고 고마웠다.
이형범은 1일 잠실 NC전에서 2-4의 8회말 2사 1루에 구원 등판했다. 추가 실점을 막아야 했으나 지석훈, 양의지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1점을 내줬다. 스몰린스키를 3루수 땅볼로 유도한 뒤에야 마운드를 내려갈 수 있었다.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형범의 투구 뒤 두산 타선이 폭발했다. 8회말 대거 3점을 뽑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뒤 9회말 박세혁의 데뷔 첫 끝내기 안타로 역전 우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형범은 ‘만세’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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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을 견인한 이형범은 한국시리즈에서 마지막 비상을 꿈꾸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이형범은 “내가 추가 실점해선 안 됐는데 너무 미안했다. 곧바로 타자들이 동점을 만들어 고마웠다. (박)세혁이형이 끝내기 안타를 쳤을 때 정말 기뻤다. 미친 듯이 필드로 뛰어갔다”라고 말했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 정타가 아니었다. 빗맞은 타구였다. 이형범이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이형범은 흔들렸다. 9월 14일 문학 SK전 이후 6경기 연속 투구가 깔끔하지 않다. 이 기간 그의 피안타율은 0.500에 이른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도 2.60으로 팀 내 가장 높다.
전반기(1.87)와 후반기(4.58)의 평균자책점 차이도 크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두산은 뒷문이 걱정이다. 이형범이 다시 예의 투구를 펼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형범은 “내가 요즘 좋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전반기와 비교하면) 자신감의 문제다. 현재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딱 그 차이다. 한국시리즈까지 자신감을 되찾아 잘 던지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형범은 지난해 말 양의지의 FA 보상선수로 두산에 지명됐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형범은 67경기 6승 3패 19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했다. 함덕주가 흔들리자 마무리투수를 맡아 두산의 뒷문을 책임졌다.
이형범은 “처음 두산에 왔을 때는 부담감이 컸다. 그래도 이렇게 마지막에 웃을 수 있어 기쁘다. 시즌 막판 더 이바지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시즌 초반 (함)덕주와 (박)치국이가 안 좋을 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2012년 프로에 입문한 이형
그는 “좋은 팀에 오게 돼 행복하다. 올해는 뭔가 ‘되는 해’ 같다. 한국시리즈는 (단기전인 만큼) 정규시즌보다 더 힘들겠으나 최대한 즐기며 우승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