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대호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김성근 전 감독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성근 전 감독이 재임 기간 벌인 주전선수 혹사와 신인급 유망주 유출 후유증이 생각보다 심각하다. 한화는 김 전 감독이 2017년 5월 사퇴한 후 이듬해부터 리빌딩을 천명했지만 자원이 바닥난 상황에서 실행이 쉽지 않음을 인식했다.
결국 2020시즌을 앞두고 그동안 힘써온 세대교체를 포기하는 분위기다. 김성근 전 감독 시절 선수단 평균연령 상승과 혹사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용덕 감독은 “갑자기 잘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정민철 신임단장도 “천천히 팀을 바꾸겠다”라며 리빌딩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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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투수 김민우(왼쪽)와 이태양이 김성근 전 감독 시절 혹사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다. 사진=MK스포츠DB |
2014년 12월 송은범을 FA로 영입하면서 보상선수로 KIA타이거즈로 보낸 임기영(26)은 국가대표급으로 성장했다. 김성근 전 감독이 2015년 트레이드로 한화에서 내보낸 노수광(29)은 ‘노토바이’라는 애칭을 얻을 정도로 KIA타이거즈와 SK와이번스에서 팬의 사랑을 받았다.
김성근 전 감독은 2군 투수를 1군 배팅볼 투수로 부르는 등 장기적인 육성보다는 눈앞의 성적에 급급했다. 이 과정에서 혹사당한 김민우(24)와 이태양(29)은 한화 핵심 투수로 성장하리라는 애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김민우는 한화가 2015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1번으로 지명할 정도로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아마추어 시절 팔꿈치 수술 경력 때문에라도 프로 초반 세심한 관리가 필요했지만, 김성근 전 감독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2015시즌 김민우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36경기 70이닝을 소화했다. 김성근 전 감독은 7~9월에만 22경기 54⅔이닝 동안 238타자나 상대하도록 했다.
김민우는 숨 가쁘게 달린 프로 첫 시즌 여운이 채 끝나기도 전에 2016년 스프링캠프와 시즌 초 김성근 전 감독에 의한 투구 자세 교정이라는 이유로 정규훈련과 별도로 하루 몇백 개 공을 추가로 던졌다.
결국, 김민우는 어깨 관절와순이 손상되는 중상을 입었다. 2016~2019시즌 KBO리그 43경기 184⅓이닝 평균자책점 7.52라는 기록은 혹독했던 프로 첫 2년을 아직도 털어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태양은 2014년 김응용 전 감독으로부터 신임을 받으며 30경기 153이닝 7승 10패 평균자책점 5.29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성근 전 감독은 2015년 부임 첫해 스프링캠프에서 이태양에게 매일 150구, 총 1000구 이상을 던지게 했다. 결과는 오른쪽 팔꿈치 인대 부상에 따른 토미존 수술이었다.
이태양은 수술 후 4시즌 동안 163경기 317⅓이닝을 던져 13승 22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5.02에 그
한화는 박종훈 전 단장이 2017년 부임해 2군 정상화 및 육성 기조 도입을 위해 애썼으나 김성근 전 감독이 망쳐 놓은 팀을 정상화시키는 길은 정민철 신임단장의 고백처럼 멀기만 하다. dhkim@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