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는 말이 있다. 이를 그대로 키움 히어로즈 구단에 대입해도 무방하다.
스토브리그가 시작하자마자 또 히어로즈가 말썽이다. SBS의 보도를 통해 열악한 2군의 현실과 퇴임한 대표이사의 과한 연봉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열악한 2군의 현실은 고양시와 풀 문제라는 문제 제기도 있지만, 핵심은 히어로즈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moral hazard)’ 문제다.
보도에 따르면 키움 2군 선수단은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훈련장에서 식사 때마다 인근 분식집을 이용했다. 구단이 이 분식집과 계약을 맺고 백반, 기타 메뉴 등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동시에 케이터링 업체도 이용한다. 물론 분식집에서 식사를 한다고 해서 선수들이 끼니를 분식으로 때운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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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5일 역대 92번째 100홈런을 달성한 키움 김하성이 박준상 대표이사(왼쪽)으로 부터 액자를 전달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임과 횡령 혐의로 징역살이 중인 이장석 전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박 대표이사는 대폭 인상된 연봉인상과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진=MK스포츠 DB |
이는 히어로즈가 모기업 없이 네이밍마케팅 등을 통해 운영하는 특수한 구조다. 대기업이 모기업으로 버티고 있는 타구단들과는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 제기가 있다. 바로 최근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한 박준상 전 대표이사의 연봉이 대폭 상승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배임과 횡령 혐의로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이장석 전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구단의 미래인 2군 선수들은 열악한 환경에 놓여져 있지만, 구단 돈을 자기 주머니에 있는 것처럼 써서 감옥에 간 전 대표 측근의 배가 불려진 상황이다.
이를 두고 모럴 해저드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흔히 ‘도덕적 해이’라고 알려진 모럴 해저드의 사적적 의미는 시장 또는 기업, 공공기관 등 조직에서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정보나 자기만 가진 유리한 조건을 이용해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켜 이득을 취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키움 측은 올해 초 키움증권과의 메인스폰서 계약을 맺은 것과 관련있다고 해명했다. 과거 구단 고위 임원의 과도한 인센티브가 문제 돼 이를 삭제했고, 대신 메인스폰서 계약과 관련한 연봉인상이라는 점이다. 일종의 메인스폰서 영업 성공에 따른 인센티브를 연봉에 포함시켰다는 설명이다. 결국 인센티브 조항 삭제는 유명무실한 것을 인정한 셈이다.
히어로즈는 올해 창단 두 번째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비록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4연패로 허무한 준우승에 그쳤지만, LG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SK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데이터에 기반한 전략이 성공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박병호 서건창을 비롯해 조상우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 등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다. 구단 컬러도 젊다. 특히 열악한 환경을 딛고 이룬 결과물이라 평가가 좋다.
하지만 결국 재주는 선수가 부리고, 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