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고척) 이상철 기자
호칭이 형에서 코치로 바뀌었다. 이틀째지만 아직은 어색하다. 묘한 기분이다. 머릿속도 복잡하다. 그렇지만 힘차게 한 걸음을 나아갔다. ‘코치’ 김지수(33)의 새 출발이다.
야구라는 테두리는 같으나 삶이 달라졌다. 코치는 선수보다 하루를 일찍 시작한다. 출근 시간부터 앞당겨졌다. 오전 7시 전에 집을 나가야 제시간에 올 수 있다. 직장은 그대로지만 하나부터 열까지가 하루아침에 변했다.
동국대를 졸업하고 2009년 히어로즈에 입단한 김 코치는 11번의 시즌을 마치고 현역 은퇴를 했다. 유니폼은 그대로지만 등번호가 13번에서 86번으로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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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 김지수는 고심 끝에 현역 은퇴했다. 그리고 지도자로서 새 출발을 시작했다. 그는 선후배들과 작별하고 싶지 않았다. 사진=김재현 기자 |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해 선후배들과 함께 힘을 모았던 김 코치다. 한국시리즈 우승이 좌절된 다음 날, 코치 제안을 받았다. 고민의 시간은 2주가 채 안 됐다. 그리고 그는 변화를 받아들였다.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손혁 신임 감독의 취임식이 열렸다. 손 감독을 보좌할 코칭스태프도 인사를 했다. 1군 코칭스태프의 새 얼굴은 김 코치, 1명이었다. 말끔한 정장 차림의 김 코치가 선수들에게 인사했다. 정장을 입고 직장에 온 건 처음이었다.
19일 만난 김 코치는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다. 어제 잠 한숨을 못 자고 코치로서 첫 출근을 했다. 단단히 마음을 먹었는데 선수들을 보니까 순간적으로 마음이 약해지더라. 솔직히 지금도 선수 김지수가 아니라 코치 김지수라는 게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라고 말했다.
선수 김지수는 백업 내야수였다. 통산 453경기를 뛰었다. 100경기 이상 출전한 시즌도 딱 한 번(2015년 104경기)뿐이었다. 없어선 안 될 선수였으나 설 자리가 좁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더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20일 열리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뛸 수 있는’ 새 팀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영웅군단에 남기로 했다. 팀과 선수들이 좋기 때문이다.
김 코치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인생의 절반을 야구만 했다.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나이가 아주 많은 것도 아니다. 후회하기 싫어서 힘들어도 더 하자는 생각도 있었다”라며 “그렇지만 구단이 신경을 써준 제안이었다. 최근 야구계에서 일찍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조금은 빨리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것도 괜찮다고 판단했다”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이어 “지도자가 된다면 11년간 같이 뛴 선수들과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이들과 더 오랫동안 같이 있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선수 김지수는 마침표를 찍었다. 김 코치는 “힘들었던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다. 1군에서 더 많이 풀시즌으로 뛰었다면, 더 행복했을 거다. 하지만 좋아하는 선후배들과 추억을 만들었다. 만감이 교차한다. 내가 더 잘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수비 하나는 인정을 받았으니까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현역을 마친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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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혁 감독 취임식이 열린 18일은 김지수 코치(왼쪽)의 첫 출근날이었다. 사진=김영구 기자 |
맡은 역할은 수비 강화다. 키움은 재능이 뛰어난 야수가 많다. 그렇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실책이 발목을 잡았다. 그렇게 2018년과 2019년 가을야구의 결말은 ‘새드엔딩’이었다.
김 코치는 “수비가 강해야 팀이 강해지는 법이다. 아마추어 선수가 아니라 프로 선수다. 가르치는 게 아니라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한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만큼 대화를 많이 하면서 수비를 단단히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큰 경기에서) 실수를 범했으나 그 차이도 (훗날 성장을 고려할 때) 분명 있다. 극복해야 한다.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계기로 한 단계 올라설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할 수는 없다. 분배를 잘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김 코치는 동국대 시절 해마다 우승컵을 들었다. 그러나 프로 입문 후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2014년과 2019년, 두 번의 한국시리즈를 경험했으나 패자로 기록됐다. 우승은 그에게 ‘한’이다.
김 코치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면 (현역 은퇴 후 코치 제의 수락) 고민을 덜 했을지 모른다. 스포츠는 결국 1위를 하는 게 목표다. 두 번이나 놓쳤는데 너무 아쉬웠다”라고 전했다.
선수로서 이루지 못한 우승, 나아가 더 큰 성공의 열매를 지도자로서 이루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냉정히 말해 선수로서 난 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