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베로비치) 김재호 특파원
한국시간으로 지난 2014년 6월 9일이었다. LA다저스와 콜로라도 로키스의 경기가 열린 쿠어스필드에는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경기는 6회초까지 치러지고 중단된 상태. 이 경기에서 6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제이미 로맥(34)은 6회초 좌중간 방향 가르는 2루타를 때리며 메이저리그 첫 안타를 때렸다.
2003년 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에 지명된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냈던 그는 그렇게 빅리그에서 감격적인 안타를 뽑았다. 6회초 이후 경기가 콜드게임이 되며 기록이 인정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다행히 기록은 인정됐다.
"그때 선수들이 '기록이 무효가 될 수 있으니 너무 좋아하지마'라며 전부 나를 놀렸다. 운좋게도 기록이 인정됐다. 그때가 일요일이었고, 가족들이 집근처 스포츠바에 모두 모여 경기를 지켜봤다. 내 첫 안타를 함께 볼 수 있었다. 나에게는 너무 좋은 일이었다."
↑ 로맥은 SK에서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사진(美 베로비치)= 김재호 특파원 |
"마이너리거 생활을 오래하며 인내를 배웠다. 그게 가장 컸다. 나는 커리어 초반 부상이 많았고 제대로 뛰지 못했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100% 메이저리그 선수가 될 수 있음을 의심하지 않았다. 건강을 되찾고 조금씩 좋은 경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기회를 기다려야했다."
이러한 노력이 허무하게도, 그의 빅리그 생활은 너무 짧았다. 2014년 다저스에서 15경기, 2015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12경기를 뛴 것이 전부였다. 이후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를 거쳐 지난 2017년부터 SK에서 뛰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달간 20타수 정도 소화하고 다시 내려갔다. 그때 '뭐야, 이게 다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어려웠다. 어떤 타자든 대타 역할이 어렵다고 말할 것이다. 3일에 한 번씩 타석에 들어서며 아롤디스 채프먼, 켄 자일스같은 수준급 마무리 투수들을 상대해야한다. 정말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 그에게 힘을 불어넣은 것은 주위에 있는 코치, 동료였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트리플A 시절 만났던 타격코치 마크 부다스카는 "언젠가는 너도 할 수 있다"고 힘을 불어넣었고, 애리조나 메이저리그팀에서 만난 타격코치 터너 워드는 "지금은 대타지만, 언젠가는 더 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한때 룸메이트였던 포수 롭 존슨은 "지금은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걱정하지 말아라. 언젠가는 일어날 것"이라는 말로 그에게 힘을 줬다.
↑ 10년이 넘는 시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낸 로맥. 그러나 메이저리그에 머문 시간은 너무 짧았다. 사진=ⓒAFPBBNews = News1 |
그는 앞서 자신이 받았던 도움을 이 팀에서 베풀고 있다는 것도 덧붙였다. "뭔가 내가 믿을만한 젊은 선수들을 봤을 때 격려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한화로 이적한 최승준의 경우 부상 때문에 제대로 뛰지 못했지만, 나는 그가 정말 좋은 타자가 될 수 있다 생각했고 그에게 '비록 SK에서는 아닐지 몰라도, 더 좋은 타자가 될 수 있다'고 격려했다. 여전히 그렇게 믿고 있다. 그가 새 기회를 살릴 수 있기를 바란다."
SK와 재계약하며 4년째 한 팀에서 몸담게 된 그는 자신을 "SK 선수, 이 팀의 일부"라고 소개했다. "당연히 재계약의 선택권은 구단에 있지만, 나는 SK 선수로서 은퇴하고 싶다"며 바람을 전했다.
2020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도 답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