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은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도 큰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이 버티며 내일을 기약하는 모습도 읽을 수 있습니다.
윤석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 기자 】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슬픔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하늘에선 야속하게 눈이 내립니다.
피난가는 사람들의 표정엔 비장함이 가득합니다.
먹을 것이 부족한 상황. 그래도 갈 곳 잃은 거위에게 먹이를 건네며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찾아봅니다.
소식이 끊긴 가족에게 "이제 그만 돌아오라"고, "나 여기 있다"고 안부를 전하는 메모는 어느새 게시판을 가득 채웁니다.
가족의 안부를 물을 수 있다면 빗속 길바닥도 차갑지 않습니다.
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
닷새 만에 엄마 품에 안긴 아이들은 기뻐서 그렇게 우는 걸까요.
동생과 함께 노는 언니는 그저 즐겁기만 합니다.
임시로 만든 목욕탕에서 깨끗이 목욕도 하고.
눈을 퍼다가 밥도 짓고.
엄마는 폐허 속에서 아기에게 줄 깨끗한 기저귀도 찾았습니다.
간절히 기도하는 노인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서.
또 다른 만남을 만들기 위해 구조대는 위험을 무릅쓰고 잔해 속에서 수색 작업을 멈추지 않습니다.
과연 저곳이 며칠 전까지 내가 살던 곳이었나.
떠나간 사람들과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을 뒤로하고, 보호 모자를 쓴 채 등교하는 아이들에게는 그래도 희망이 느껴집니다.
MBN뉴스 윤석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