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살레 대통령의 퇴진 소식을 접한 미국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알-카에다를 견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살레 대통령이 물러나면, 미국의 대 테러정책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천상철 기자입니다.
【 기자 】
리비아 사태에 예멘까지, 긴박하게 돌아가는 중동 정세에 미국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반미 국가인 리비아의 소요 사태는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속 시원한 심정이었겠지만, 예멘은 상황이 다릅니다.
미국의 '골칫거리' 알-카에다가 예멘을 신흥 거점지역으로 삼고 다시 세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미국 여객기 테러 기도와 지난해 10월 예멘발 미국행 소포 폭탄의 배후가 모두 예멘 근거지의 알-카에다였습니다.
이런 알-카에다의 세력 확산을 막아주던 살레 대통령이 퇴진하면 미국은 결국 커다란 테러 위협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 인터뷰 : 로버트 게이츠 / 미 국방장관
- "미국은 예멘의 국정 불안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아라비아 반도에 있는 예멘의 알-카에다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미국으로선 살레 대통령의 후임자를 물색해야 하지만, 상황은 미국 편이 아닙니다.
예멘의 시위를 주도하는 유력 정당의 지도자가 테러리스트 명단에 오른 인물인 데다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이 자칫 반미 감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예멘 공군 대령 / 반정부 시위 가담
- "살레 정권은 온갖 범죄와 추악한 학살을 저질렀습니다. 우리는 시위대를 지지합니다."
예멘 정국이 미국의 바람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미국은 알-카에다와의 전면전을 다시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MBN뉴스 천상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