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들의 아동 성추행으로 곤혹을 겪고 있는 바티칸이 유엔 보고서가 나오자 발끈했습니다.
유엔은 성추행 성직자를 즉각 퇴출하라고 요구했고, 바티칸은 지나친 간섭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이혁준 기자입니다.
【 기자 】
아동 성추행 사건이 잇따르지만, 자체 정화에 실패한 가톨릭계에 유엔이 강수를 뒀습니다.
유엔아동인권위원회는 성추행과 관련한 성직자 명단을 공개하고 이들을 퇴출하라고 바티칸에 요구했습니다.
특히 교황청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아동 성추행을 저지른 사제를 처벌하지 않았고, 피해 아동도 보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 인터뷰 : 커스틴 샌버그 / 유엔 아동권리위원장
- "성추행 사건을 덮기 위해 사제들을 다른 교구로 옮기면서 많은 어린이가 다시 성추행 위험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위원회는 또, 동성애, 피임, 낙태에 관한 교리 변경, 신학교 성교육 강화, 지난 성추행 사건에 대한 사법당국의 재조사를 요구했습니다.
바티칸은 당장 불쾌하다는 반응을 드러냈습니다.
아동의 권리 보호에는 동의하지만, 유엔이 바티칸의 자정 노력을 깎아내리고 교리를 간섭하는 건 지나치다는 겁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보고서가 가톨릭 개혁을 시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는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유엔아동인권위원회의 권고는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바티칸 개혁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MBN뉴스 이혁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