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샤피로(62) 전 미국 상무부 차관이 한일 갈등의 책임이 한국에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된 가운데 유사한 의견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샤피로 전 차관은 지난해 12월 17일 유튜브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샤피로의 발언'이라는 제목으로 3분짜리 영상물을 올렸다.
그는 이 영상에서 "베트남이 과거 한국군이 자국 민간인에게 행했던 과거를 제쳐놓고 한국과 수교한 것을 생각해달라"고 주장했다.
데니스 블레어 일본 사사카와(笹川) 평화재단 이사장도 이같은 입장에 동조하며 8일(현지시간) "일본이 과거 끔찍한 일을 저질렀지만, 한국도 베트남전때 아주 무자비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블레어 이사장은 미국 국가정보국장 출신으로 대표적 '지일파'로 꼽힌다.
그는 이날 미국 워싱턴DC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에서 한·미·일 3국 대학생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세미나에서 "아시아 전쟁에 참여했던 어떤 나라도 자신들의 행동을 자랑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과거 전쟁범죄에서 어느 나라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논리를 근거로, 1930∼40년대 일본의 전범 행위를 희석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블레어 이사장은 "1930년부터 1975년까지는 동남아시아에서 동북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야만적 충돌의 시기였다"며 "군인들이 군인들을 죽이고 군인들이 민간인들을 죽였으며 민간인들이 서로를 죽였던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국가가 인종주의적이고 이념적인 선전을 하면서 적들을 인간이 하나 존경할 만한 가치가 없는 인간으로 취급했다"며 "미국도 '잽스'(Japs)나 '국스'(gooks)이라는 속어를 쓴 데서 알 수 있듯이 우월한 화력을 이용해 수천 명을 죽였다"고 강조했다.
블레어 이사장은 "일본군 지도자들은 당시 스스로를 인종적으로, 도덕적으로 적보다 우월하다고 여겼으며 이것은 적들을 어떻게 다룬다 하더라도 정당화됐다"며 "한국군도 베트남에서 무자비한 행동을 했으며 지금까지도 베트남에서는 그 행동이 원망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블레어 이사장은 아울러 "지도자와 군인, 시민들이 비인간적이고 부끄러울만한 행동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일본 아베(安倍) 정권에 대해선 역사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며 '양비론'의 기조를 유지했다.
블레어 이사장은 "끔찍한 일들을 저지른 역사적 유산들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갈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며 "유대인에 대한 독일 나치의 만행은 훨씬 더 조직적이고 야만적이었지만, 독일은 역사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인식했으며 주변국과 좋은 관계를 회복했다"
사사카와 재단은 A급 전범 용의자 출신인 사사가와 료이치(笹川良一)가 설립했으며 워싱턴 싱크탱크를 주무르는 '큰 손'이다. 일본 관련 세미나와 콘퍼런스를 직접 주관하거나 후원하면서 워싱턴내 '친일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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