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대표적 '원유수출국' 말레이시아가 예산삭감에 나섰다. 저유가로 경상수지 흑자폭이 줄어드는 가운데 강달러에 따른부채규모 증가로 재정적자 규모가 커지면 지난 97년 외환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21일자 월스트리트저널(아시아판)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해 미리 책정했던 올해 전체 예산안의 2%에 해당하는 15억 달러(1조 6300억원)규모의 예산을 삭감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말레이시아 국유기업, 석유에 대한 보조금 등을 비롯해 군의무복자에 대한 지원도 줄일 예정이다.
이번 예산삭감은 97년 외환위기 사태 재발을 방지하고자 하는 의도가 강하다. 97년 당시 말레이시아는 '쌍둥이 적자'(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로 외환위기를 맞은 경험이 있다. 신흥국 경제를 지탱하는 '두 개의 축'이라 불리는 재정과 경상수지가 모두 이상신호를 보내며 글로벌 자금의 이탈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최근 연일 지속되는 저유가 행진은 말레이시아 경상수지에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전체 수출의 20%를 원유에 의존하고 있다. 50달러 수준으로 곤두박질 친 유가는 수출 악화로 이어졌고 경상수지 흑자폭 감소 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경상수지는 1분기 60억 달러(6조)에서 3분기들어 23억 달러(2조)로 대폭 감소했다.
전체 예산의 30%를 원유수출에 의존하는 말레이시아 정부는 유가가 100달러였던 작년 8월을 기준으로 2015예산을 짰었다.
그런데 유가가 반토막이 되어서 올해 예산수입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화 강세 지속에 따른 달러화 표시 부채 증가도 큰 부담이다. 자국 통화가치는 갈수록 하락하면 외국에 달러로 갚아야 하는 빚도 늘어난다.
엎친데 덮인 격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하반기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말레이시아로 유입된 글로벌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말레이시아 정부로선 그나마 '제어가능한' 예산 분야에 칼을 댓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에 증대되는 상황에서 경상수지 개선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하지만 재정분야는 정부가 정책적 대응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아울러 자국 통화가치가 수출증가로 이어져 경제에 긍정적 효과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도이치 뱅크는 "그나마 다행힌 건 링깃(말레이시아 화폐)이 지난 6개월 동안 달러 대비 12% 평가절하되었다는 점이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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