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 사업을 전기나 물과 같은'공공서비스'에 준해 규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한국도 미국 통신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향후 국내 정책 수립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톰 휠러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4일(현지시간) 정보기술(IT) 전문 인터넷 언론매체 와이어드에 실은 기고문에서 통신 사업자가 유튜브, 페이스북, 넷플릭스, 아마존 등 인터넷 사업자의 콘텐츠 서비스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의 유무선 인터넷의 중립성 관련 법규 초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구상에 따르면 유무선 망(네트워크)을 보유한 통신업체(AT&T, 버라이즌, 컴케스트 등)는 별도 대가를 받고 특정 콘텐츠의 전송을 빠르게 해주는 행위(급행 차선, 트래픽 조절)가 금지된다. 대신 통신사업자들은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요금 규제, 사전 승인, 경쟁사에 대한 네트워크 접속 의무 등 전통적 규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톰 휠러 위원장은 "이 초안은 인터넷이 공공서비스에 준하는 권한(타이틀Ⅱ)에 따라 만들어졌으며 인터넷이 혁신과 자유로운 표현을 위한 오픈 플랫폼으로 유지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10여년의 토론을 거치고 400만건 가까운 의견서를 검토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안이 시행되면 인터넷 사용자들이 언제 어디를 가든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고 혁신적 상품을 내놓는 이들이 다른 이들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며 "이 같은 규제가 통신 사업자들의 망 투자를 저해하지 않도록 21세기에 맞게 타이틀Ⅱ를 개정하는 작업도 진행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일부 의원과 통신사업자들이 반대하고 있어 원안대로 통과될지는 미지수지만 '인터넷은 공공재와 같다'라는 중대한 원칙을 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유튜브, 넷플릭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과 같은 인터넷 업체들은 통신사업자들이 추가로 망 투자 부담이나 전송 대가 부담 요구에서 벗어날 수 있다. 넷플릭스 등 대형 트래픽을 유발하는 업체들은 '급행 차선료'를 부담하더라도 자사 네트워크는 끊기지 않도록 특별 조치를 요구한 바 있어 이 조치가 기존 인터넷 업체들에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새로 사업을 시작하려는 신생기업(스타트업)은 트래픽 차별을 받지 않아도 된다.
통신 사업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요금 규제, 사전 승인이나 망 의무제공 사업(라스트마일 언번들링 : 고객의 집에 회선이 직접 연결되는 지역 전화국을 보유한 통신사업자가 그렇지 않은 경쟁 통신사업자에게 네트워크 접근을 허락해야 할 의무) 등을 철폐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KT와 SK텔레콤이 유무선 '도매제공의무사업자'로 지정 돼 있는데 이를 없애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FCC는 오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새로운 망 중립성 규제에 대해 표결할 예정이다. FCC 전체회의는 휠러 위원장을 포함해 5인으로 구성됐다. 이 중 망 중립성을 지지하는 민주당 추천 위원이 3명이기 때문에 전체회의 통과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통신 사업자들은 "급증하는 트래픽량으로 망 서비스 속도와 품질이 저하된다. 트래픽 사용을 유발하는 서비스나 해비 이용자들에게는 추가 망 사용료을
국내 통신사업 관계자는 "아직 FCC 초안을 검토하지 않았다. FCC의 원칙이 한국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며 "미래부가 통신 규제 원칙을 다시 검토하고 있는데 이에 영향은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손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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