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국의 제재 철회를 촉구하는 국민 1천만 명의 서명 묶음을 들고 10일(현지시간) 미주기구(OAS) 정상회의가 열리는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 도착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이 들고 온 서명지는 작년 베네수엘라의 반정부 시위사태 때 발생한 인권탄압의 책임을 물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군과 정보기관 관리들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등 제재한 데 대한 일종의 '저항'입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한 달간 국민 서명 운동을 시작해 총 1천40만8천68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았다고 베네수엘라 일간 엘 우니베르살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발표를 인용해 이날 보도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파나마로 출발하기 전 선관위로부터 서명이 대부분 유효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았습니다.
미국의 제재가 '내정 간섭'이고 '주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마두로 대통령은 OAS 회의에 참가해 서명지를 직접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11일까지 개최되는 OAS 회의에 참석한 남미국가연합, 미주를 위한 볼리바르 동맹, 라틴아메리카-카리브공동체 등 역내 블록의 정상들에게 이에 대한 폭넓은 지지를 얻기도 했습니다.
친미 국가인 콜롬비아의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도 베네수엘라에 대한 일방적인 제재가 장기적으로 비생산적일 것이라고 최근 언급한 바 있습니다.
캐나다와 멕시코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OAS 회원국 다수가 미국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가 주권 침해일 수 있다는 뜻을 피력한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이 마두로 대통령에게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쏠립니다.
두 정상의 별도 대면이나 회담이 없다 해도 각 정상이 모인 만찬 등의 자리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서명지 발언을 꺼내거나 서명지가 든 상자를 내보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우려해 개최국인 파나마 외교부는 최근 마두로 대통령에게 돌출 언행을 자제하고 회의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제재안에 서명하면서 "베네수엘라가 미국에 현저한 위협이 된다"고 밝혔으나, 이후 베네수엘라의 반발이 거세지자 미국 외교 관리들은 "위협이 아니다"라고 무마성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지가 든 상자를 건네받는 어색한 장면이 연출될 것을 우려하기라도 한 듯 이번 회의 개막 직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고위 관리를 파견해 마두로 대통령을 만나게 했습니다.
중남미에서 베네수엘라의 최대 동맹인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의장이 국교를 정상화하기로 한 오바마 대통령과 역사적인 대면 또는 회동을 할 것인지와 마두로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어떤 식으로 항의의 뜻을
한편,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파나마시티에 도착하자마자 1989년 미국의 파나마 침공 때 희생자를 기념하는 추모비를 방문, 자신이 '반제국주의'의 선봉에 있음을 과시했습니다.
35개 회원국이 집결하는 이번 회의는 칠레, 도미니카공화국, 가이아나 등 3개국에서 외교장관이 참석하고 나머지 32개국은 정상이 참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