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투자자들에게 절대 굴복해서는 안됩니다.”
4조6,500억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굴리는 세계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14일 이같은 취지의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
수신인은 S&P500지수에 편입된 미국을 대표하는 500개 상장기업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다. 핑크 회장은 서한을 통해 “너무나 많은 CEO들이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행동주의)투자자들을 달래려고 한다”며 “투자자들을 너무 나긋나긋하게 대하지 말아야한다”고 주문했다. 기업 경영에 간섭할수 있을 정도의 지분을 확보한 행동주의 투자자(activist investor)들이 주가를 끌어올리기위해 요구하는 배당금·자사주 매입 확대를 다 받아줄 경우, 지속가능한 기업성장에 오히려 해가 된다는게 핑크 회장의 주장이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등쌀에 못이겨 주주들에게 과도하게 많은 현금을 환원하면 기업 혁신·근로자 훈련·필수적 자본지출에 필요한 자금이 쪼그라들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핑크 회장이 상장기업 CEO들에게 이같은 서한을 보내 기업경영에 간섭하는것 자체가 월권행위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블랙록이 운용하는 펀드들이 거의 모든 미국 대표기업들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주차원에서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핑크회장이 이처럼 논란이 될 수 있는 서한을 CEO들에게 보내 배당금·자사주 매입에 제동을 건것에 대해 시장은 핑크 회장이 행동주의 투자자들에 대해 전면전을 선포한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핑크 회장이 노골적인 반감을 보인 것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파워가 과도하게 커졌다는 인식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서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전성시대라고 할만큼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칼 아이칸 아이칸 엔터프라이즈 회장은 애플 주식을 사들인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배당금·자사주 확대를 요구했고 세계최대 기업 애플은 지난해 900억달러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제너럴모터스(GM)도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자사주 매입확대를 발표했다. 지난 10일 제네럴일렉트릭(GE)은 부동산 처분 등 금융사업부분을 축소하는 조치를 발표한뒤 투자자들을 달래기위해 배당·자사주 매입을 통해 앞으로 3년간 900억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주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압박속에 미국기업들이 올 한해 1조달러에 달하는 사상최대 규모의 현금을 주주들에게 돌려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S&P다우존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기업들이 배당(3,500억달러)과 자사주 매입(5,530억달러)을 통해 주주들에게 환원한 현금규모는 9,03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 4년간 미국기업들의 연평균 배당금 증가율은 14%였다. 이같은 추세가 올해도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올 배당규모는 4,000억달러를 넘어선다. 또 월가금융기관 골드만삭스는 미국기업들의 올해 자사주 매입규모가 6,040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수치를 합치면 주주환원규모가 올해 사상처음으로 1조달러를 넘어설 것이란게 외신들의 진단이다.
21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글로벌 종합화학기업 듀퐁도 행동주의 투자펀드의 공격을 받은 상태다. 헤지펀드 트라이언매니지먼트 설립자인 넬슨 펠츠 회장은 듀퐁 앨런 쿨먼 회장에게 분사를 통해 사업구조를 단순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넬슨 회장을 포함해 4명의 트라이언매니저먼트 출신을 듀퐁 이사회 이사로
[뉴욕 = 박봉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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