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 대선출마를 선언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첫 캠페인 유세로 NBC 인기 토크쇼인 ‘투나잇쇼’에 출연했다. 10분이 안되는 짧은 인터뷰에도 그는 아내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연애시절을 언급하며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마치 천둥번개를 맞은 것 같았다”며 ‘팔불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책에 관해 얘기하기도 바쁜데 그는 왜 아내 얘기부터 꺼냈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젭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막강한 집안이나 정치 경력이 아닌 바로 멕시코 출신 아내 콜룸바 부시이기 때문이다.
젭의 정치적 성공은 콜룸바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가난한 멕시코 여성과 결혼했기 때문에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표를 얻을 수 있었고 ‘부잣집 도련님’이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지울 수 있었다. 젭은 실제 히스패닉이 많은 플로리다주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유일하게 재선(2002년)에 성공했다. 인터내셔널 비지니스타임즈는 콜롬바가 젭 부시의 대선 ‘비밀병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로얄 패밀리’ 출신 젭과 멕시코의 가난한 농촌 출신 콜룸바의 사랑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현대판 신데렐라 스토리는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7살이던 젭은 고등학교 봉사활동 때문에 멕시코에 체류하면서 16세 콜룸바를 만났다. 첫눈에 반한 두 사람은 언어와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3년뒤 결혼한다.
물론 두 사람의 결혼이 쉽지만은 않았다. 부자(父子) 대통령에 주지사, 상원의원까지 두루 배출한 부시 가문은 말 그대로 명문가인 반면 콜룸바는 어려서부터 가정폭력과 빈곤에 시달렸다. 콜룸바는 자서전에서 “아버지는 내 어린시절을 고통스럽게 만들었고, 어머니 인생도 지옥으로 만들었다”고 적었다.
부시 가족은 콜룸바가 젭의 배경을 보고 결혼하는 것이라고 의심했다. 젭의 어머니인 바버라 부시는 당시 일기장에 “아들이 걱정된다. 콜룸바가 젭을 정말 사랑하는 것일까”라고 썼다.
공부는 뒷전이던 젭은 콜룸바와 결혼하기 위해 텍사스대학에서 남미 지역학을 전공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젭의 변화된 모습에 감동한 부시 가족은 결국 결혼을 허락했고 두 사람은 텍사스대의 카톨릭 학생회관에서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유명 정치인의 아내이자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인 콜룸바는 대중의 뜨거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언론 노출을 꺼려왔다
그런 그녀가 이젠 남편의 대선 출마로 인해 적극적으로 변했다. 트위터를 시작하고 남편을 위해 모금활동도 벌이고 있다. 또 가정폭력 단절을 위한 시민단체에서 일하며 남편의 이미지 개선에 나서고 있다. 젭이 대통령에 오르면 콜룸바는 미국 역사상 첫 중남미계 영부인이 된다.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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