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종전 70년 담화(아베 담화)를 각의결정 없이 8월 초 발표하는 ‘꼼수’를 쓸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일본 안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25일(현지시간) 자민당 간부의 말을 인용해 아베 총리가 담화 발표 시기를 패전일인 8월 15일보다 앞당기는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이를 통해 국내외 주목도를 떨어뜨려 역사 인식 논란을 피해 가려는 술수다.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를 담은 무라야마 담화(전후 50년 담화)와 고이즈미 담화(전후 60년 담화)가 모두 각의 결정을 거쳐 패전일에 발표된 것과 비교된다.
또 아베 총리는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를 빼는 대신 격이 낮은 총리 개인담화 형식으로 아베 담화를 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과 중국의 반발 수위를 낮추겠다는 포석이다. 각의 결정을 거쳐 정부의 공식 견해로 발표하려면 통상 각료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개인 담화로 발표하면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인적 신념을 포함시킬 수 있다. 또 담화 내용을 사전 조율하자고 주장하는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아베 총리는 2013년 12월 26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뒤 각의 결정을 거친 ‘총리 담화’와 유사한 이름의 ‘총리의 담화’라는 개인담화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이 같은 형식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아베 총리의 꼼수에 일본 안에서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는 24일 한 강연에서 “한국·중국의 신뢰받기 위해 정식으로 각의에서 결정해 정부 견해로 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25일 사설에서 “국내외 비판을 피하기 위해 각의 결정 없이 담화를 발표할 생각이라면 차라리 담화를 내지 않는 것이 어떠냐”며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는 최근 아베 담화에 대해 “정부·여당이 일정한 합의를 한 후에 최종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자민당 내에서도 ‘침략’과 ‘사과’를 명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꼼수로 의지를 관철하려는 아베 총리가 과연 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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