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이하 현지시간) 타결될 것으로 예상됐던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간 구제금융 협상이 또다시 결렬됐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27일 다시 모여 협상에 나선다.
협상이 좌절된 것은 채권단 중 하나인 국제통화기금(IMF)의 막판 ‘몽니’ 때문이다. IMF는 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늘리고 은퇴자들의 연금을 깎는 대신 일하는 세대의 보험료를 올리겠다는 그리스 개혁안을 문제 삼았다. 이 개혁안이 그리스 경제를 살리기보다는 오히려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IMF가 그리스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설립 이후 가장 큰 돈을 물릴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IMF 규정에는 ‘디폴트(채무불이행)’라는 단어는 없고 ‘체납’만 있다. 1946년 IMF가 만들어진 이후 26개 국가가 6개월 이상 IMF로부터 빌린 돈을 제때에 갚지 못했다. 하지만 대다수 국가들이 결국에는 돈을 상환했다. 다만 수단(1984년), 소말리아(1987년), 짐바브웨(2001년) 세 국가는 지금까지 돈을 갚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돈을 떼인 것이다.
그리스가 채무를 체납할 경우 이는 IMF 역사상 최대 규모의 체납이 된다. 지금까지 가장 큰 규모 체납은 14억달러(수단)였는데 그리스의 경우 당장 이달 30일에만 그리스는15억달러를 IMF에 갚아야 한다.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만 62억달러에 달하고 전체 채무는 260억달러나 된다. 빌려준 돈이 많다 보니 만일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면서 돈을 갚지않겠다고 선언해버리면 IMF는 신뢰도와 재정 양쪽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궁극적으론 그리스 경제가 살아나도록 까다로운 경제개혁안을 요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른 개발도상국과의 형평성도 문제다. IMF는 구제금융을 제공할 때마다 개발도상국들에게 가혹한 구조조정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선진국인 그리스에게는 상당히 관대한 조건으로 구제금융을 지원해줬다. 이번에 그리스가 내놓은 경제개혁안도 개발도상국 입장에선 불만을 가질 만한 내용이 많다. 그대로 통과한다면 IMF가 그리스 편의만 봐준 것이 될 수 있다.
내년 7월 임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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