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순방 중인 리커창 중국 총리가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증시가 급락하는 등 중국경제에 ‘적신호’가 커진 가운데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마저 벌어진다면 그 충격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2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17차 유럽연합(EU)-중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리 총리는 채권단과 그리스 정부가 조속한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리 총리는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 문제는 유럽뿐만 아니라 중국에게도 큰 문제이다”라며 “그렉시트를 방지하기 위한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리 총리가 그렉시트 불가설을 언급한 이유는 최근 들어 하향곡선을 걷고있는 중국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증시는 지난 2주 간 20% 이상 급락했고 현재도 하루에 300포인트 이상 움직이는 등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 실물경제도 그리 좋지 않아서 경기 선행지표인 HSBC PMI는 몇 개월 새 50 이하(경기위축)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렉시트가 벌어진다면 글로벌 금융시장 충격 → 중국증시 충격 → 실물경제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중국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더군다나 그리스는 중국의 인프라사업인 일대일로 프로젝트 중 한 축을 담당하는 해상실크로드의 중요 거점이다. 작년에 중국은 아테네의 관문이라 불리는 피레우스 항구에 50억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그리스 경제가 무너진다면 최근 중국주도 국제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통해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려고 했던 중국의 계획이 초장부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에 리커창 총리는 “중국은 유럽채권에 대한 책임있는 장기보유자가 될 것이다”라며 유럽의 양적완화를 지지하고 나섰다. 현재 유럽중앙은행(ECB)은 월 600억유로 규모의 양적완화(국채매입)를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는데 중국도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유럽 채권단이 그리스에 긴급유동성지원(ELA) 지원을 포기하면 중국이 대신 그리스에 자금을 긴급수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중국이 직접적으로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으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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