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민투표일(현지시간 7월 5일)이 다가오면서 아테네 시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구제금융안 반대파와 찬성파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고 집권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연립 여당의 붕괴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2일(현지시간)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국민투표를 제안한 배경과 채권단의 제안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 등을 소개한 공식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국민 설득 작업에 돌입했다. 또 치프라스 총리는 3일 신타그마광장에서 열릴 대규모 반대 집회에 직접 참여해 시위대를 상대로 직접 연설까지 할 계획이다.
전직 총리들은 일제히 ‘찬성’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신민주주의당 당수인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전 총리는 “‘No’라고 투표하는 것은 바로 유럽 심장부에서의 이탈을 의미한다”며 “유럽 연합에서의 이탈은 그리스가 맞게될 가장 심각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디미트리스 카메노스 전 총리는 “그리스 국민을 분열시키는 국민투표는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코스타스 마마볼리티스 전 총리는 “이번 투표는 고통스러운 합의와 유럽연합 탈퇴 사이의 선택”이라며 ‘찬성 투표’를 호소했다.
니코스 마브라가니스 전 총리는 “그들(시리자 그룹)이 트로이의 목마라면 성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자 그룹이 ‘반대’ 투표가 유로존 탈퇴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것이 ‘트로이의 목마’ 전술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투표를 둘러싸고 논쟁이 격화되고 있는 분위기와는 달리 투표 준비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투표가 제대로 진행될 지 의구심마저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투표용지 인쇄도 아직 못하고 있다.
니코스 보우치스 내부장관은 “투표용지는 일요일 아침까지 투표소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투표준비에 문제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의심쩍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언론에 공개된 투표 용지도 내용과 형식이 ‘반대’ 투표를 유도하는 듯한 모습이어서 치프라스 정권의 ‘꼼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그리스 국민투표에서는 찬성용지와 반대용지 두장을 투표자에게 주면 투표자가 그 중에 하나를 투표함에 넣는 식으로 간편하게 이뤄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투표용지에 직접 표기를 해야 한다.
투표지에 인쇄된 질문 내용도 지나치게 복잡하고 불공정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투표용지의 질문 내용은 영문으로 된 채권단의 구제금융안을 그리스어로 번역한 것인데 번역 자체가 의도적으로 왜곡됐다는 것이다. 특히 영문 원본에는 ‘부채의 지속가능성(debt sustainability)’을 언급하고 있지만 투표용지에는 이 내용이 빠져 있다.
투표용지 인쇄업체에서 일하는 반젤리스 파파도폴로스씨는 “아직 문구가 정확히 결정되지 않은 것 같다”며 “계속 바뀌고 있어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국민투표는 5일 일요일 오후 7시(현지시간)까지이며 투표 마감과 함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다.
한편 은행폐쇄와 자본통제가 이뤄지는 그리스 경제는 빠른 속도로 망가지고 있다. 콘스탄틴 미할로스 그리스 상공회의소 회장은 텔레그라프에 “그리스 은행에 남은 현금은 5억(6237억원)유로에 불과하다고 통보 받았다”면서 “화요일 국민투표 끝나가 끝나면 은행이 열린다고 생각하는건 몽상에 불과하다”라며 곧 그리스 은행에서 현금이 고갈될 것을 경고했다. 미할로스 회장은 “그리스 기업들은 유럽 전자송금 시스템에서 제외되기 시작해 기업들은 아무 것도 수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원자재를 수입할 수 없어 생산자체가 불가능해졌다”고 어이없어 했다.
그리스 찰키디키에서 올리브 가공 공장을 운영하는 파블로스 데아스 씨는 250명 직원이 일하는 공장을 며칠내로 닫아야 할 위기에 처했다. 그는 “해외 공급처에 돈을 송금할 수 없는 상태”라면서 “대금지불을 하지 못해 컨테이너가 세관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28만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그리스상업연합회의 바실리스 코르키디스 회장은 “소비가 70% 급감했다”면서 “서로 아무도 믿지 않
[아테네 =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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