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중국 2위 가전 유통업체인 쑤닝커머스와 손을 잡았다. 미국의 아마존과 월마트가 합친 격이다. 온라인 ‘혁명군’ 알리바바 입장에선 오프라인 매장을 장악하고 있는 쑤닝과의 결합을 통해 물류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현장 판매를 통한 브랜드파워도 대폭 향상 시킬 수 있다. 반면 오프라인 ‘주둔군’ 격인 쑤닝은 알리바바의 전자결제수단인 ‘알리페이’를 공유해 판매경쟁력을 대폭 높이고 오프라인 매장 확장 없이도 판매전선을 대폭 확대할 수 있게 됐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와 제일재경에 따르면 전날 알리바바는 중국 가전 유통업체 쑤닝커머스의 지분 19.99%를 283억위안(약5조2683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가 완료되면 알리바바는 장진둥 쑤닝 회장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동시에 쑤닝도 알리바바의 신규 발행주 140억위안(약 2조6062억원) 어치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쑤닝은 알리바바 지분 1.1%를 얻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의 온라인과 쑤닝의 오프라인 체인의 전략적 사업 결합이 이번 투자 핵심이다. 쑤닝커머스는 중국 내 289개 도시에 1600여곳 아웃렛을 보유 중인 업체다. ‘쑤닝’이라는 가전 브랜드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전략적 제휴로 양사는 전자상거래 및 물류 부문에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쑤닝은 알리바바의 쇼핑사이트 티몰(Tmall)에 온라인 가전매장을 열고,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도서와 유아용품도 판매할 예정이다.
알리바바는 지분 48%를 보유하고 있는 물류업체 차이냐오(CAINIO)를 쑤닝의 물류네트워크와 통합시킨다. 물류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데 따라 물류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는 주문 후 두 시간 내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총알 배송’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쑤닝의 아웃렛이나 티몰을 이용하는 고객이 알리바바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Alipay)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쑤닝은 최근 몇 년 간 온라인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실적이 부진했다. 온라인에선 가격 경쟁력이 중요하지만 다른 업체들이 더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팔면서 매출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됐기 때문이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이번 협력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한 새로운 상업모델을 탄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바바의 행보는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의 지형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온라인서비스 중심에서 벗어나 오프라인 인프라 섭렵을 통해 경쟁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알리바바도 이미 다방면에서 오프라인과의 결합을 추진 중이다. 지난 6월 알리바바는 금융서비스부문 자회사인 안트파이낸셜과 함께 음식배달서비스업체 코우베이 설립에 10억달러(약 1조1745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백화점업체 인타임리테일의 지분 25%를 6억9200만달러(약 8127억원)에 인수했으며 2013년에는 가전 제조업체 하이얼의 지분 9%를 3억6100만달러(4239억원)에 매입했다.
알리바바 이외에도 중국 인터넷기업들은 오프라인 서비스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알리바바의 최대 경쟁사인 제이디닷컴(JD.com)은 지난 7일 중국 슈퍼마켓체인업체인 용후이슈머마켓의 지분 10%를 7억달러(약 8221억원)에 인수했다. 작년 8월에는 중국 인터넷기업 텐센트와 검색사이트업체 바이두가 부동산그룹 완다와 손잡고 전자상거래
WSJ은 “쑤닝과의 제휴로 알리바바는 JD닷컴의 강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용 가전 업체의 주식 상당부분을 확보한만큼 기존 JD닷컴이 독점해오던 전자상거래 영역을 빼앗아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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