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이 IT 기업들의 거센 도전에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텐센트 등 인터넷 강자들이 이통사의 전통 사업 영역을 침범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차이나모바일은 4세대 통신망인 LTE를 앞세워 ‘데이터 서비스’와 같은 블루오션을 찾고, 기업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
제일재경에 따르면 올 상반기 차이나모바일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0.8% 하락한 573억위안(10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9% 오른 3407억위안(63조원)이다. 이는 모두 시장전망치를 밑돈 수치다.
차이나모바일은 올해 6월 말을 기준으로 가입자 8억1000만명을 보유한 중국 최대이자 세계 최대 이통사다. 가입자 중 1억9000만명이 LTE를 이용하고 있다.
차이나모바일은 2011년부터 2000억위안(약 37조원)을 풀어 LTE 전국망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중국 10대 대도시에 LTE 통신망 구축이 완료됐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2단계 사업부터 서부 내륙, 지방 현 단위까지 LTE 기지국을 촘촘히 설치하고 있다.
중국의 통신망은 3세대(3G)에서 LTE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놓여있다. 중국 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전역 LTE 보급률은 43%다. 중국 공신부는 우리나라의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와 유사한 업무를 하고 있는 정보부처다.
최근 5년 동안 중국 모바일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빠른 통신망에 대한 니즈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시장 수요에 발맞춰 공격적으로 LTE에 투자한 덕에 차이나모바일은 2011년부터 연매출 80~130조원에 달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위챗 등과 같은 무료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의 등장으로 차이나모바일은 새로운 경쟁국면에 놓이게 됐다. 과거에는 같은 업계에서 경쟁하는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만 신경쓰면 됐지만 이제는 이통사의 영역을 넘보는 인터넷 기업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차이나모바일 관계자는 제일재경과의 인터뷰에서 “문자, 통화 서비스는 이통사의 전통 수익모델이었는데, 텐센트와 같은 기업이 통신융합형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수익이 위협받고 있다”며 “LTE 시대를 맞아 ‘데이터 서비스’를 돌파구로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서비스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는 빠른 통신망을 앞세워 모바일 영상, 게임 등과 같은 콘텐츠의 소비를 촉진시키고, 나아가 콘텐츠 판매, 유통까지 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이같은 움직임은 앞서 우리나라 이통업계가 3G에서 LTE 시대로 넘어갈 때 사용했던 전략과 유사하다.
중국 정부는 통신, 금융, 화학 등 분야에 포진한 국유기업들을 대상으로 개혁을 추진 중인 가운데 차이나모바일은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차이나모바일은 지난달 중국 공신부의 지침에 따라 새로운 임금 조정 방안을 발표하고 2급(정) 이상 간부는 연봉 50%, 성급 자회사 팀장급은 40%, 처장 1급 관리직은 20%의 연봉을 삭감하기로 했다. 공신부는 조만간 시궈화 현 차이나모바일 회장을 퇴임시키고, 새로운 수장에 상빈 공신부 부부장(차관급)을 앉힐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 이통업계 2위 차이나텔레콤과 3위 차이나유니콤 간 합병설이 중국 증권 시장에
제일재경 등 중국 언론들은 “양사가 합병설을 부인한 상태”라며 “하지만 양사 대표가 조만간 만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합병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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