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재벌 2세’가 있다면 중국에는 ‘푸얼다이(富二代)’가 있다. 사업에 성공한 부모의 부를 대물림해 부유한 삶을 사는 젊은 부유층 2세를 지칭하는 단어다. 한국 재벌 2세들은 대부분 학업을 마친 후 ‘후계자 수업’을 위해 곧바로 부모가 경영하는 사업체에 입사, 순식간에 임원 등 고위직급을 달고 경영 승계 준비를 한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중국판 재벌 2세 ‘푸얼다이’들은 생각이 조금 다른 듯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북경대 광화관리학원은 지난 2일(현지시간) 이들 ‘푸얼다이’들의 생각과 사고방식, 삶의 여정에 대해 집중적으로 탐구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푸얼다이’ 대다수가 부모의 사업을 그대로 물려받아 경영하기보다 자신만의 사업체를 새로 꾸려나가길 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진 리 교수가 이끄는 광화관리학원 연구팀이 지난 2년 동안 중국 내 500여개 가족기업 경영자와 이들의 자녀 ‘푸얼다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푸얼다이’ 중 무려 70% 이상이 부모의 가업을 대물림하기보다 자기 자신이 이끄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단 20.5%만이 부모가 경영하는 가족기업을 그대로 물려받고 싶다고 밝혔으며, 나머지 10% 미만의 인원만이 변호사나 의사 등 ‘전통적인 직업’을 갖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푸얼다이’들이 이런 생각을 갖는 이유는 부모가 키워 온 가족기업을 물려받아 이어나가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고 있어서다. 다수의 ‘푸얼다이’가 연구팀과의 인터뷰에서 자기 부모 세대 사업가들, 임직원들을 대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또 자신들에 대한 부모의 기대가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이들도 많았다.
실제로 ‘푸얼다이’들의 입장과는 달리, 가족기업을 키워 온 1세대 경영자들 중 40% 가량이 자식에게 가업을 그대로 이어주길 원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많은 55%가 전문경영인을 승계자로 지목하겠다고 답해, 거의 무조건 가업을 자녀에게 이어주는 한국과 큰 시각차이를 드러냈다.
‘푸얼다이’ 중 무려 26.7%가 사업 문제와 관련해 부모와 갈등이 생길 경우 부모의 회사를 떠나겠다고 응답했다. 절반 정도의 인원만이 부모의 뜻을 그대로 따르겠다고 답했고, 나머지 20%가 부모에게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회사에 그대로 남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연구에 따르면 ‘푸얼다이’ 중 절반 이상이 해외 유학 경험을 갖고 있으며, 유학파 중 2/3가 경영학을 전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세대교체기’를 맞은 중국 가족기업들이 나아갈
[문호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