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국민사자’를 잔인하게 사냥해 전세계 사람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은 미 치과의사 월터 팔머가 오랜 침묵 끝에 다시 입을 열었다. 칩거를 깨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 평범한 생활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팔머는 자신은 합법적으로 행동했으며 사자의 정체를 몰랐다는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또 그 동안 자신과 가족들에게 쏟아진 비난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심경을 전했다.
AP통신은 미국 미네소타주 현지 지역언론사 미네아폴리스 스타 트리뷴과 함께 월터 팔머를 독점 인터뷰한 내용을 7일(현지시간) 공개했다. AP통신은 인터뷰를 진행한 날짜가 지난 6일이며, 월터 팔머와 그를 돕는 변호사가 참석한 가운데 25분 동안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팔머는 8일부터 다시 직장에 복귀해 일상생활을 이어가기로 했다며, 그 동안 자신과 가족들에게 쏟아진 비난과 위협에 ‘심장이 깨지는 듯한’ 큰 고통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팔머는 “아내와 딸마저 위협을 받아 힘든 시간을 이어가야 했다. 사건과 아무 관련도 없는 이들이 왜 이 정도로 비난받아야만 하는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직장 동료들과 병원 환자들이 내가 돌아오기를 바라며 날 지지해 줬다”며, 이제 위협이 어느 정도 사라졌다고 여겨 일터에 복귀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팔머는 지난 6주 동안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칩거해 왔으며, 자신의 일터였던 치과병원이 비난을 피해 문을 닫았다가 8월 말 다시 오픈했을 때조차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세실 사냥에 대해 팔머는 법의 테두리 내에서만 활동했을 뿐이라고 다시금 말했다. 또 팔머는 “세실이 짐바브웨에서 이름있는 사자일 뿐만 아니라 학계의 중요한 연구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결코 사냥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냥 이전은 물론 이후에도 아무도 세실의 정체를 몰랐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상처입고 도망가던 세실을 40시간 동안 쫓아 이틀 만에 총으로 쏴 죽였다는 얘기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첫 공격이 이뤄진 바로 다음날 세실을 찾아냈으며, 총이 아니라 화살을 써서 인도적으로 목숨을 끊었다는 설명이다.
팔머의 곁에서 팔머를 돕고 있던 변호사 조 프리드버그도 팔머에게 아무런 죄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팔머와 이전부터 알고 지냈으며 대가 없이 법률 조언을 해주고 있다는 프리드버그는 “나는 법률가로서 팔머를 변호하러 온 게 아니다. 팔머는 변호사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프리드버그는 8월 초 이래 팔머를 대상으로 수사가 진행중이라는 얘기를 국내외 어디에서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세실의 죽음이 알려진 직후 몇몇 짐바브웨 고위관계자가 팔머의 신병 인도를 미국 측에 요구하겠다고 말했지만, 지금껏 짐바브웨에서 아무 공식적인 연락도 받은 바 없다는 것이다.
칩거해 있던 6주 동안 어디에서 지냈느냐는 질문에 팔머는 “나는 대중의 눈을 피해 있었지만, 그게 내가 숨어 지냈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 생활했다. 장소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팔머는 지난 7월 말 짐바브웨 ‘국민사자’ 세실을 ‘트로피 헌팅’을 위해 재미로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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