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빈 자격으로 22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 미국 주요 인사들이 방미 첫날부터 ‘맹공’을 퍼부었다. 높은 담장과 차별적 정책을 철폐해달라는 목소리다. 그러나 얼마전 미국 등 서방국가 비난에도 끄떡하지 않고 열병식을 통해 중국의 최첨단 무기와 군사력을 선보였던 시주식답게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그는 ‘시애틀의 잠 못이루는 밤’,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미국식 영화·드라마 등을 언급해가며 부드러운 대화 분위기를 이끌면서도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을 강조했다. 아울러 군사·보안 등 무거운 주제에 있어선 ‘충돌은 파멸’이라는 강한 표현까지 써가며 청중들의 귀와 시선을 집중시켰다.
가장 먼저 공격에 나선 페니 프리츠커 미국 상무부 장관은 “투명하지 않은 법과 규제, 변덕스러운 지적재산권 보호, 차별적 정책 때문에 미국 정부와 기업은 계속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다시말해 중국은 여러 분야에서 공정한 경쟁의 장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만찬을 공동주최한 미·중 기업협의회 존 프리시 회장은 “중국이 야심찬 경제개혁에 들어갔다고는 하나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국 기업이 느끼기에는 부족하다”면서 “중국은 아직도 많은 분야에서 진입장벽을 유지하고 있고 공정경쟁을 위한 환경도 조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만찬은 전국 미·중 관계위원회와 미·중 기업협의회 등이 공동 주최한 행사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등 정·재계 인사 650여명이 참석했다. 시 주석이 미국에 발을 딛자마자 면전에서 공개적으로 일제히 압박을 가한 셈이다.
중국의 사이버 해킹 연루 의혹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 주요 인사들은 압박의 끈을 놓지 않았다.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시 주석 도착 직전 기자회견을 열어 “사이버공간에서의 해킹 시도는 사소한 도발이 아니라 국가안보 차원의 위협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만일 중국이 연루됐다면 즉각 중단해야할 것이고 정상회담에서도 분명히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들을 일찍부터 시 주석의 국빈방문에 문제를 제기하며 국빈방문을 실무방문으로 격을 낮추거나 방미계획 자체를 철회해야 한다고 압박해왔다.
이에 반해 시진핑 주석은 미국을 향해 구애의 손짓을 보냈다. 시 주석은 만찬 연설에서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양국 모두에, 넓게 보면 전 세계에 재앙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중국은 결코 패권과 확장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미·중 관계가 이해와 신뢰는 깊어지고 소원함과 의혹은 줄어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특히 1993년 개봉한 ‘시애틀의 잠못이루는 밤’ 영화와 최근 미국 정치 드라마인 ‘하우스 오브 카드’를 언급하며 미국에 대한 친근함을 표시했다.
사이버해킹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중국은 해킹에 연관돼 있지 않고 해킹을 지원하지도 않는다”면서 “사이버 절도와 해킹 모두 국제조약에 따라 처벌돼야 할 범죄이며 중국은 사이버 범죄와 싸우기 위해 미국과 긴밀히 협조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인위적인 위안화 평가절하에 대한 미국 경제계의 의심에 대해서는 “우리는 경쟁적인 통화 평가절하, 즉 환율전쟁에 반대한다”며 “수출을 늘리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낮추지 않겠다. 시장 중심의 경제개혁을 추진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 간 양자투자협정(BIT)을 이른 시일 내에 결론짓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선물 보따리도 풀었다. 중국 최대 항공기 리스업체인 공인리스와 항공사들은 이날 미국 항공기 제작업체 보잉과 737기종 30대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시애틀은 보잉의 본사가 있는 도시로, 시주석이 첫 방문지로 시애틀을 선택한 데는 미국에 대한 ‘선물’을 과시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2013년 3월 취임 이후 두 번째로 미국을 찾은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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