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으로 흘러 들던 글로벌 자금이 역류하면서 80년대말이후 처음으로 순유출할 것으로 전망됐다. 투자자들이 더 이상 신흥국에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자금을 빼나간 결과다. 미국 금융위기를 전후해 글로벌 경제 성장을 주도해 온 신흥국에서 자본이 빠져나가면 세계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
미국 워싱턴 소재 국제금융협회(IIF)는 1일(현지시간) ‘신흥국 자금흐름 분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체 신흥국이 5400억 달러(약 636조6000억원) 규모의 자본 순유출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한해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흥국 주식, 채권에 투자하거나 직접투자한 자금보다 신흥국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더 크다는 뜻이다. IIF는 세계 500대 은행·헤지펀드·보험사 등 글로벌 금융업계를 대변하는 기관이다.
신흥국 자금흐름이 이처럼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것은 1988년 이후 27년만에 처음이다. IIF는 “1980년대 말 신흥국이라는 용어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순유출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흥국에서의 자본유출은 중국 경기 둔화가 결정적 원인이고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이를 더 부추겼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찰스 콜린스 II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신흥국의 자금 유출은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신흥국 성장 둔화라는 ‘내부 악재’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 불안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한 불확실성으로 신흥국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도 ‘신흥국 위기론’을 거론하며 중국 경기 침체와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신흥국 기업들의 외화 채권 상환이 늘어난 것도 자금 유출에 영향을 미쳤다.
신흥국 자금유입은 2000년대 중반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014년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본격화하면서 유입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해에는 신흥국 유입 자금이 2013년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하락했다.
반면 신흥국에서 이탈하는 자금은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올해는 1조달러(약1183조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IIF는 예측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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