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지도부로는 4년만에 북한을 방문한 류윈산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대해 북한이 최고의 예우로 화답했다. 양측이 2년넘게 이어진 냉각기를 끝내고 관계개선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10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 류윈산 상무위원은 주석단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바로 왼쪽에 자리를 잡아 행사를 지켜봤다. 두 사람은 통역을 통해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이번 열병식에는 러시아가 공식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아 김 제1위원장 옆 자리는 자연스럽게 류 상무위원의 차지가 됐다. 지난 2010년 치러진 열병식 당시에도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왼쪽에 섰다.
외교 관례를 따른 의전이긴 하지만 양측이 지난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 이후 고위급 교류가 중단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계개선 신호로 풀이된다. 중국 최고지도부를 구성하는 상무위원급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2011년 리커창 당시 상무부총리 이후 4년만이고, 시진핑 체제 들어서는 처음이다.
북측은 또 류 상무위원이 9일 평양에 도착한 직후 김 제1비서와 면담을 주선해 중국의 고위급 파견에 화답했다. 김 제1비서와 류 상무위원은 9일 저녁 평양 백화원초대소에서 만나 북한과 중국이 ‘피로써 맺어진 관계’라는 점을 강조하며 관계 강화 의지를 나타냈다. 이 자리에서 류윈산 상무위원은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를 강조하고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북한과 함께 노력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제1비서는 북한이 경제를 발전시키고 인민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평화롭고 안정적인 외부 환경이 필요하다고 공감을 표했다. 특히 김 제1비서가 10일 열병식 연설에서 그동안 주장해온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을 언급하지 않은채 ‘경제·국방 병진노선’으로 수위를 낮춘 것도 중국의 입장을 배려했다는 평가다.
류 상무위원은 9일 회견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의 서한을 김 제1비서에게 전달했다. 시 주석은 서한에서 “중국은 새로운 환경에서 북한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을 심화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 제1비서는 시 주석의 서한에 감사와 안부인사를 전했다. 회견에 배석한 고위급의 면면도 양측의 관계개선 의지를 드러낸다. 중국측에서는 왕자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외교부 부부장, 상무부 부부장과 함께 장관급인 쑹타오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부주임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 측에서는 김정은 대외정책의 실세로 꼽히는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와 김기남 당 선전선동 비서가 참석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김양건 비서가 이날 류 상무위원과의 회담에도 배석하며 위상이 급부상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북한 대내용 방송이 열병식에서 ‘다종화·소형화된 핵탄두가 탑재된 로켓’을 언급했고 핵무기에 대한 북측의 근본적 입장이 바뀌지 않아 북·중간 근본적 관계개선은 아직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외신들도 류 상무위원의 북한 방문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류 상무위원이 김 제1비서와 주석단에 나란히 선 것과 관련 “북한이 중국과의 표면적인 우호를 연출했다”고 분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김 제1비서가 이번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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