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분열’과 ‘모호한 표현’이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연준의 신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설문조사까지 나올 정도로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냈던 찰스 플로서가 14일(현지시간) 연준에 대한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연준이 발표하는 성명서에 대해 “(시장을) 미치게 만든다”며 “(연준의) 합의 결과는 결국 모호함”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플로서 전 총재는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회의 후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힌 뒤 자신이 연준에 몸담는 동안에도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서 성명서 문구를 다듬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완만한(modest)과 점진적인(moderate)이라는 단어의 차이가 대체 무엇인가. 다소(some)는 약간(few)과 다른가”라고 반문하면서 “연준의 말을 이해하려면 제 각각의 어휘집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차이를 구분하기 힘든 애매한 단어를 사용해 시장 참가자와의 소통에 걸림돌이 된다는 얘기다.
월가의 한 경제전문가는 “흔히 modest 보다 moderate가 좀 더 동적인 움직임을 시사하지만 뉘앙스에 큰 차이가 있는건 아니다”고 말했다.
미 연준이 14일 발표한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도 이 두 단어가 혼재돼 있다. 연준은 12개 연준은행 관할지역 중 11개 지역이 성장세를 보였으며 이 중 6개 지역이 완만한(modest) 성장세를, 3곳이 점진적(moderate) 성장세를 보였다고 언급했다.
표현의 모호함은 해석상의 혼동을 초래하기도 한다.
연준이 심사숙고해 내놓은 성명서를 ‘매파’와 ‘비둘기파’가 각각의 입맛에 따라 제멋대로 해석해 버린게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불거진 ‘좀 더’(some)라는 단어다.
당시 연준은 ‘노동시장의 추가적 개선이 좀 더 확인되면...’(when it has seen some further improvement in the labor market)이라는 문구를 금리인상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매파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미 고용시장이 많이 회복된 상태에서 조금만 더 나아진 기미가 보이면 금리를 올리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한 반면 비둘기파는 “some은 전반적으로 가시적인 회복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같은 표현을 놓고 해석의 강도가 다른 것이다.
시장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연준의 행태는 이뿐만이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4일(현지시간) 연준 관계자들의 중구난방식 최근 발언을 문제삼아 ‘연준의 분열이 연내 금리인상 의구심을 부채질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연준 위원들은 ‘금리를 올려야 한다’ ‘아직 올릴 때가 아니다’는 식의 상반된 메시지를 지난 몇 달간 반복해서 쏟아냈다. 최근 1~2일새에도 연준 관계자끼리 치고 받는 양상은 변함없었다.
지난 13일 금리 결정 투표권을 가진 대니얼 타룰로 연준 이사가 “금리를 올리는게 적절치 않다”면서 옐런 의장의 ‘연내 금리인상 기조’에 대놓고 제동을 건 반면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 TV채널인 폭스와 인터뷰에서 지금도 금리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연준 위원들로부터 나오는 혼재된 메시지가 변동성을 키우고 시장을 되레 혼란스럽게 한다”는 쓴소리를 내뱉었다. 심지어 일부 신흥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이 미 연준의 애매한 행보로 글로벌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금리인상을 지지하는 발언을 할 정도다.
CNN머니가 E-트레이드와 함께 투자자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투자자의 42%가 연준에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