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IBM이 자사 소프트웨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소스코드 점검을 허용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IBM은 이미 중국 공업신식화부(MITT) 관계자들이 보안처리된 밀실에서 일부 자사 제품에 대한 소스코드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소스코드는 해당 소프트웨어의 모든 작동원리와 구조가 기록된 일종의 설계도로, IBM은 자사의 민감한 기업비밀을 중국 당국에 그대로 노출시키는 ‘위험한 노출’을 감행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의 소스코드를 공개했으며 MITT가 언제까지 이를 살펴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IBM의 이번 ‘노출’은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중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중국 정부는 미 국가안보국(NSA)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이래 미국 IT기업에 소스코드를 공개하라고 압박을 가해왔다. 스노든이 폭로한 바처럼 미국에 정보를 비밀리에 전송하는 ‘백도어’ 기능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라는 것.
중국 IT시장은 올해 총 1360억달러(약 152조5600억원) 규모로 추산될 만큼 거대해 미 IT기업들이 군침을 흘리기 충분한 크기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압력 때문에 미 IT업체들은 중국 시장에서 기를 펴지 못했다. 이번 IBM의 결정은 자사의 ‘속살’을 드러내는 한이 있더라도 중국 시장을 반드시 ‘먹고 말겠다’는 결단인 셈이다.
리서치업체 캐널리스 애널리스트 니콜 펭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려면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중국 당국에 ‘백도어’가 없음을 확인하라고 허용해 주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중국 언론은 스티브 밀스 IBM 부사장이 지난 15일 베이징에서 “중국에서 성장하는 데 중국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유들 내세우며 이같은 방침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번 결정으로 IBM은 중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늘릴 수 있게 됐지만, 그 못지않은 위험도 떠안게 됐다. 우선 이번 결정으로 미 정부와 다른 미국 IT기업들의 심기를 거스르게 됐다. IBM은 미국 주요 IT기업 가운데 스노든 폭로 이후 소스코드 공개 요구를 수용한 첫 번째 사례다. 미 IT기업들은 중국의 압력에 맞서 ‘소스코드 공개만은 안된다’는 취지로
또 중국 정부에 공개한 소스코드 정보가 중국 경쟁사로 흘러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만약 소스코드가 중국 업계에 흘러들어갈 경우 IBM은 장기적으로 강력한 경쟁자를 불러들이는 ‘소탐대실’을 겪을 수 있다.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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