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의 속락 원인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미국 셰일석유업계의 무한소모전에서 찾는 분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원유가격이 속락하는데도 미국 셰일석유업계의 원유생산량이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8일 발표한 단기 에너지전망에서 올해 4분기 미국의 원유생산량이 하루 917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예상, 11월 전망 때보다 10만배럴 늘려 잡았다. 이는 6월에 기록한 최고 생산량보다는 소폭(4%) 줄어든 것이지만 5년전에 비하면 1.5배에 달하는 것이다. 원유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도 감산을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OPEC도 이달 4일 회의에서 감산합의에 실패해 현재 세계적으로 하루 약 200만배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공급과잉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1일 미국 셰일석유업계의 계속되는 원유생산과 투자로 OPEC과 미국 석유업계의 소모전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셰일업계의 큰 손인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시스의 스콧 셰필드 최고경영자(CEO)는 “생산성이 개선돼 원가절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 셰일석유업계는 유가가 배럴당 40~50달러선이면 대부분의 기업이 적자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EOG리소시스의 윌리엄 머스 CEO는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장소에 따라서는 배럴당 50달러에서도 최고 수준의 투자이익을 확실하게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생산성 향상이 특히 두드러진 지역은 텍사스와 뉴멕시코주에 걸쳐 있는 퍼미안 지역이다. 이 지역은 미국산 셰일원유의 40%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일본계 셰일석유 개발업자는 “이 지역은 아직 개발하지 않은 훌륭한 후보지와 생산성 개선 여지가 큰 유전이 많다”고 말했다. 이글퍼드 지역과 판켄 지역의 원유생산은 줄고 있지만 퍼미안 지역의 생산량은 계속 늘고 있다.
셰필드 파이오니어 CEO는 “중국 기업이 3만-4만달러에 셰일채굴권을 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채굴권 시세는 1에이커당 1만달러대였지만 최근에는 이보다 훨씬 높은 값에 거래되고 있다는계 업계의 정설이다.
투자펀드업계 관계자는 “소비지에 가까운데다 법제도가 확립돼 있고 기술혁신 여지 등을 고려할 때 에너지투자처로 미국 셰일의 매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셰일석유기업은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금융기관의 융자를 받아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올리면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나올 것(석유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계재편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아날로그 페트롤리엄의 셰일업계 중견기업인 아파치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계획이 드러난 것을 비롯, 지난 여름에는 셰일기업 노블 에너지가 37
미국 유수의 석유기업 셰브론 CEO인 존 왓슨은 “원유가격이 어떻게 되든 버틸 수 있게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OPEC과 미국 셰일석유업계의 치킨게임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뒷받침하는 발언인 셈이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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