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개월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도착한 30여대 화물기에는 식료품 등 평범한 화물이 아닌 ‘특별한 물건’이 실렸다. 바로 베네수엘라 볼리바르화 지폐 현찰더미다. 이렇게 항공기를 타고 베네수엘라로 들어온 지폐는 현재까지 50억장이 넘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승인 아래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소 50억장의 볼리바르화 지폐를 해외에서 공수해왔다”고 5일 보도했다. 부족한 정부 재정을 메우기 위해 해외에 ‘돈을 찍어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추가로 100억장이 넘는 지폐를 주문하려고 외국 통화인쇄업체와 협상에 들어갔다.
이같은 주문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화와 유럽중앙은행(ECB)이 한 해 찍어내는 지폐 80억 장을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베네수엘라가 해외에 자국 화폐를 찍어 항공기로 들여오는 것은 국내에 이정도 규모의 지폐를 한꺼번에 찍어낼 수 있는 지폐생산 능력이 없어서다. 해외에서 지폐를 찍어와야 할 정도로 화폐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화폐가치가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베네수엘라 인플레이션율은 270%에 달했다. 올해는 인플레이션이 720%에 달해 세계 최고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폭등으로 부족해진 지폐 수입을 결정했지만 천문학적인 현찰 공급으로 또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미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이 주문한 지폐 규모만 현재 베네수엘라에 유통되고 있는 현금의 두 배 수준이다. 암시장에서 볼리바르화 가치는 달러당 1000볼리바르를 넘겼다. 공식환율 6.3볼리바르와 비교도 할 수 없는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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