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검토 중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73)이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남발하는 것만으로는 안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진지한 출마 고민을 계속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자신의 자선재단 행사에서 “상대방을 손가락질하거나 ‘그림의 떡’과 같은 공약을 제시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미국 대선 경선 유력주자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두 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아웃사이더’ 경선 주자들이 선전하고 있는 지금의 대선 경선 판세가 못마땅하며 자신이 왜 출마를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배경을 에둘러 언급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제도권 정치에 대한 미 국민들의 실망을 언급하면서 “(현재의 후보들은) 이를 고치기보다는 이용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금까지의 대선 캠페인 흐름에 대해 “정말로 극단으로 치닫는 레이스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부패하고 꽉 막힌 양당 체제는 미 국민보다는 로비스트와 특정 이해 관계자들에게만 부응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국민들을 공동의 목표 아래 통합시키고 혁신을 장려하며 타협이 나쁜 게 아니라는 점을 인식시킬 때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덧붙인 뒤 미국이 처한 최대 당면 과제로 임금 정체를 꼽았다.
그는 이날 행사에서 자신의 출마 여부에 대해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가 늦어도 3월 초까지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공화·민주 양당의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 이어 13개주 또는 지역에서 일제히 경선이 열리는 3월 1일 ‘슈퍼 화요일’의 결과를 보고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얘기다.
경제정책 면에서는 보수 성향이면서도 총기규제나 낙태허용 등 진보 진영의 정책을 지지해온 그가 ‘제3의 후보’로 출마하면 중도·주류 유권자의 표심을 흔들면서 공화·민주 양당 구도의 대선 판세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무소속 출마의 파괴력은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무소속 후보가 미 대선에서 당선된 전례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 NBC방송이 트럼프-샌더스-블룸버그 후보의 3자 대결을 설정한 여론조사에서는 블룸버그 전 시장이 16%를 차지하며 3위에 그칠 것으로 집계됐다. 샌더스 후보는 43%, 트럼프 후보는 33%를 득표할 것으로 예상됐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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