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판세를 가름할 ‘수퍼 화요일(3월1일)’ 경선을 앞두고 미국 주류 공화당 수뇌부가 일제히 같은당 대선후보인 트럼프 ‘때리기’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가 12개주 경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수퍼 화요일에서 승기를 잡는다면 공화당 지도부도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공화당 주류는 트럼프가 이탈리아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의 선동 구호를 리트윗한 것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한 지지자가 올린 ‘양으로 100년을 살기보다는 사자로 하루를 살겠다’는 문구를 그대로 인용해 리트윗했다. 이 문구는 파시스트당 당수로 이탈리아를 파시스트 국가로 만든 무솔리니의 선동 구호다.
인종주의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하고 나선 것과 관련해 트럼프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 점도 거센 역풍이 돼 돌아오고 있다.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쿠클럭스클랜(KKK)의 전 지도자 데이비드 듀크가 트럼프를 공개지지한 것에 대해 트럼프가 “나는 듀크를 모른다, 백인 우월주의자들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마르코 루비오 대선후보는 이날 버지니아주 유세에서 “트럼프가 듀크와 KKK를 모른다고 하는 것은 심각한 것이다. 그는 듀크를 아주 정확히 알고 있다”며 “본인의 입으로 듀크의 이름을 거론하기도 했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트럼프는 2000년 2월 개혁당 대선 후보 출마 포기 당시 성명에서 개혁당에 포함된 듀크 등의 이름을 직접 거론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부친 프레드 트럼프가 지난 27년 뉴욕 퀸스에서 벌어진 KKK 폭동에 가담했다가 체포된 전력이 있다는 사실을 보도, 논란을 증폭시켰다. 또 트럼프는 자신이 설립한 ‘트럼프대학’ 관련 사기 혐의 재판과 관련, 폭스뉴스에 출연해 “내가 강경하고 쿠리엘 판사는 나에게 몹시 적대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판결에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 재판을 맡은 히스패닉계 곤잘로 쿠리엘 판사의 인종을 문제 삼았다.
트럼프 탈세의혹도 재점화됐다. 테드 크루즈 텍사스주 상원의원은 28일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갱단이나 마피아와 거래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많이 나왔었다”며 “트럼프의 납세신고서에는 아마도 보도된 것보다 훨씬 광범위한 거래 내역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2년 미국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트럼프는 재산이 자신이 말한 것에 한참 못 미치거나 내야 할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것일 수 있다”며 트럼프의
트럼프는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공화당 주류를 향해 “공화당 주류가 경량급인 루비오 후보를 앞세워 나를 공격하고 있다”며 “당이 공정한 룰을 지키지 않는다면 나도 똑같이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 무소속 후보로 나설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